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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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7일만에 막을 내렸다. 일단은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한 모양새다. 윤 총장은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대검찰청을 통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것도 추 장관이 최후 통첩 시한으로 정한 9일 오전 10시에 임박해서다. 

둘은 막판까지 한 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막판 등장한 ‘독립수사본부’가 그 증표다. 대검은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전폭 수용했다.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랬음에도 추 장관이 이를 거부한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표시였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대검에 독립수사본부를 제안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와 대검 둘 중 한 곳은 사안을 왜곡하거나 거짓말을 한 셈이다. 누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지 가려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본질은 채널A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고, 수사의 공정성 여부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돼 수사를 벌여왔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수사는 대검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사건관계자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대검이 이를 저지하면서 갈등에 불이 붙은 것.

대검 뿐 아니라 일선 지검 일부 부장검사들이 나서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주임검사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치우침 없이 수사 중”이라고 반박했다. 

한 사건을 두고 검찰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은 검사동일체를 지향해온 검찰 역사상 드문 일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전문수사단 소집이다. 전문수사단은 윤 총장이 소집을 지시했다. 외견상으로는 채널 A기자가 요청한 전문수사단을 수용하는 형식이었지만 의도를 놓고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윤 총장이 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검사장을 의식해 전문수사단 소집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 

추미애 장관도 이 점을 집중 성토하며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윤 총장은 직제에 없는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등 결사 항전했다. 막판에 등장한 독립수사본부는 일종의 히든카드였으나 이 또한 먹히지 않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대검이 밝힌 독립수사본부다. 대검이 장관 지휘권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굳이 ‘독립수사본부 거부’ 이야기를 공개한 것은 윤 총장이 끝까지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으로도 해석돼 여러모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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