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공기감염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증거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말감염을 전제로 한 기존 방역수칙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데타 알레그란치 WHO 감염통제국장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화상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혼잡하고 폐쇄됐으며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공장소 등의 환경에서는 공기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증거를 더 수집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공기감염 가능성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WHO는 코로나19의 주된 감염경로가 비교적 입자가 큰 비말(침방울)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연구를 통해 코로나19가 비말뿐만 아니라 5미크론(100만분의 1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를 통해 대기 중을 떠다니면서 전파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최근 중국 식당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사례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당을 방문한 사람들 간에 직·간접적 접촉이 없었음에도 코로나19가 전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WHO가 코로나19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일부 인정한 만큼, 향후 비말감염을 전제로 한 방역지침 또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은 최근 WHO에 공개 서한을 보내 코로나19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인정하고 방역지침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학술지 임상전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 CID)을 통해 공개된 서한에서 “기존에 국가·국제기구에서 권고해온 손 세척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절한 방역조치지만, 공기감염을 막기에는 불충분하다”며 “특히 혼잡하고 폐쇄됐으며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 환경에서는 공기감염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공기감염 방지를 위한 새로운 지침으로 ▲공공장소 및 작업장, 학교, 병원, 노인요양시설 등에 적절하고 효과적인 환기장치를 설치할 것 ▲배기장치, 고성능 공기필터, 자외선살균등 등의 보조적인 환기장치를 설치할 것 ▲ 대중교통이나 건물 등 밀집된 환경을 되도록 피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들은 실용적이면서도 비교적 쉽게 실행할 수 있으며, 비용도 크지 않다”며 “대부분의 건물에서는 단지 양쪽 창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환기량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방역당국은 아직 공기감염 가능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코로나19의 주된 전파경로는 비말전파와 접촉전파”라며 “이에 더해 공기전파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예방수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비말차단용 마스크 대신 고성능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비말차단 마스크도 어느 정도 에어로졸에 의한 전파를 차단해주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 결과를 계속 모니터링하며 예방수칙 변경 필요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