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물성 대체육 업체 '비욘드마트'의 제품 사진. 사진=비욘드마트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식물성 대체육 업체 '비욘드마트'의 버거 패티 제품 사진. 사진=비욘드마트 홈페이지 갈무리

‘가짜 고기(Fake meat)’로 불리는 대체육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진짜 고기'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윤리적 소비 트렌드의 확산에 힘입어 싹을 틔운 대체육 시장이 코로나19에 따른 육류 공급망 붕괴로 인해 성장에 탄력을 받게 된 것. 

대체육은 동물 세포를 배양하거나 식물 성분을 사용해 만들어낸 인공 고기로,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 등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걸맞는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초기에는 생산 단가가 높고 기존 육류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맛과 가격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 코로나19 확산에 대체육 시장 급성장

대체육 시장의 성장이 최근 급격하게 빨라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육가공 공장이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받으면서 육류 공급이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해, 대체육이 진짜 고기를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것. 실제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내 소고기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25%나 감소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소고기 가격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인 2월에 비해 87%나 급등했다. 대체육과 기존 육류 제품 간의 가격 차이가 좁혀진 데다, 육류 공급 자체가 줄어들면서 대체육이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체육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전통 육류 시장의 1%인 14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9년에는 그 10배인 1400억 달러(약 16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바클레이
전통 육류 시장 및 대체육 시장 성장 전망 자료=바클레이즈

◇ 주가 급등한 미국 대체육 기업들

현재 글로벌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아직 기존 육류 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빌 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들이 투자에 나서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대체육 업체는 지난 2009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비욘드미트(Beyond Meat)로 버거용 패티부터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스타벅스와 손잡고 중국에 진출해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파스타, 라자냐 등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비욘드 미트의 강력한 경쟁자인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는 콩 단백질을 주 원료로 한 다짐육을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다. 특히 버거킹, 화이트캐슬 등 유명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지역 식당과의 협업으로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미국 내에서 대체육 신드롬을 일으킨 두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은 순조롭다. 실제로 미국 대체육 시장을 이끌고 있는 비욘드미트의 지난해 실적은 2억97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9%나 상승했다. 지난 2013년 상장 당시 공모가 25달러로 출발한 비욘드미트의 주가도 현재는 주당 143달러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54달러까지 주가가 하락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여파로 불과 석 달만에 세 배 가까이 주가가 뛰어오른 셈이다.

아직 2위에 머무르고 있는 임파서블푸드 또한 빌 게이츠, 구글 벤처스 등의 투자를 받고 있어 기업공개(IPO)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13년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노트'에 대체육을 '음식의 미래'라며 성장 전망을 낙관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빌 게이츠 블로그 갈무리
빌 게이츠는 지난 2013년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노트'에 "대체육은 '음식의 미래'"라며 성장을 낙관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빌 게이츠 블로그 갈무리

◇ 국내 대체육 산업, 어디까지 왔나?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대체육 산업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정도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도 하나둘 대체육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어 향후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체육 시장 선점을 노리는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식물성 대체육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롯데중앙연구소와 바이오기업 바이오제네틱스, 위드바이오코스팜이 대체육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최근에는 롯데푸드를 통해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출시해 2종의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동원에프엔비(F&B) 또한 비욘드미트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국내에 패티 및 소시지 제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 2월 출시한 비욘드버거는 석 달 만에 8만개 이상 판매되며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이나 식습관을 고려할 때 대체육 시장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기존 육류 제품에 비해 칼로리나 포화지방 함유량이 적지 않은 데다,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식품첨가제가 들어간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채식 인구의 증가 및 윤리적 소비 트렌드의 확산에 힘입어 대체육 시장 전망을 낙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로 채식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면, 대체육 시장은 충분한 파이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 또한 대체육 산업 지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대체육을 5대 유망 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고 규제 개선 및 연구·개발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는 5대 유망 식품의 국내 시장 규모를 2018년 12조4400억원에서 2030년 24조8500억원까지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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