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 연구소는 지난 4월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 ‘bioRxiv’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변종인 'G614'가 미국, 유럽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bioRxiv 갈무리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 연구소는 지난 4월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 ‘bioRxiv’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변종인 'G614'가 미국, 유럽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란색은 초기 바이러스인 D614, 파란색은 변종 바이러스인 G614. 자료=bioRxiv 갈무리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적 경쟁이 열기를 띠면서, 일부 제약사의 백신 후보물질이 3차 임상 시험에 돌입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바이러스의 계속된 변이로 인해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 2월부터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G614 확산

실제로 코로나19가 뒤늦게 퍼지기 시작한 미국·유럽 등의 지역에서는 초기 바이러스가 아니라 유전자 변이를 통해 나타난 변종 바이러스가 더 널리 확산되고 있다.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 연구소가 지난 4월 30일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 ‘bioRxiv’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D614)보다 전염력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G614)가 지난 2월부터 유럽 등지로 확산되기 시작해, 현재는 가장 지배적인 바이러스 형태가 됐다. 특히, 영국의 경우 사실상 확진자의 대부분이 G614에 감염됐을 정도다.

바이러스 변이가 중요한 이유는 백신 및 치료제의 효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대부분 초기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이 전혀 달라질 정도의 변이가 발생할 경우,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은 대부분 코로나19의 세포 침입을 돕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 세포 표면의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를 인식해 바이러스를 세포 내로 침투시키는데, 스파이크 단백질을 차단할 경우 바이러스의 침투를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중대한 변이가 발생할 경우, 초기 바이러스를 기초로 개발 중인 백신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 변종 코로나19, 백신 효과에 미칠 영향은?

광저우 호흡기질환 국가중점실험실 렁치빈, 상하이 공중보건임상센터 추톈이 등 중국 연구진은 지난달 16일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 ‘bioRxiv’를 통해 코로나19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향후 개발될 백신의 효력이 무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빠른 변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의 감시를 회피할 수 있다”며 “현재 확산 중인 코로나19에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변종 바이러스의 ‘면역회피’로 인해 단기간 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를 종식시킬 것이라 기대를 받던 다수의 치료제가 이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일(현지시간) 에이즈(AIDS) 치료제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의 임상시험 결과 사망률 감소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초기 코로나19 치료제로 각광받았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또한 지난달 임상시험이 중단됐다. 

치료제보다 오랜 개발 기간이 걸리는 백신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코로나19의 변이 속도가 백신 개발자들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면, 백신 개발 한 번에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종 바이러스에 적합한 백신을 반복해서 개발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 연구진 또한 “향후 인플루엔자처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주기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적으로 코로나19의 변이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 미국 연구진 “바이러스 변이는 자연스런 현상”

반면 코로나19의 변이가 백신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예일대학교 네이선 그루버 교수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전자 변이는 바이러스 생애주기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며 “유전자 변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논의로 인해 과도한 공포가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유전자 변이가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빠른 편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피터 틸렌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지난 10일 “변이가 잦은 바이러스보다는 형태가 단일한 바이러스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에 더 수월하다”며 “코로나19는 2019년 발생한 이후 그다지 큰 유전자 변이를 겪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의 윈스턴 팀 교수 또한 “백신 개발 전에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의 낮은 변이율은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에 작은 변이들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완치자의 면역력을 의심할 정도의 근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향후 개발될 백신의 효력에 대한 전망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코로나19의 유전자 변이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백신 개발 속도가 다소 늦춰질 우려는 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 백신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며 “백신 후보 물질이 올해 연말 전에 나온다고 해도, 관건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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