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수 전년동월대비 증감 추이.(단위: 천 명)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성별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수 전년동월대비 증감 추이.(단위: 천 명)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업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가사·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2차 고용노동부 양성평등위원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가 여성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9만3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취업자가 23만9000명 감소해 남성 (-15만4000명)보다 감소 폭이 컸다.

코로나19에 따른 성별 간의 고용격차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2월과 5월을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2~5월 동안 여성 취업자 수는 총 56만9000명 감소해 남성(-31만5000명)에 비해 감소폭이 무려 25만4000명이나 더 컸다. 특히, 실직한 여성 대부분은 육아·가사(32만8000명)로 이동한 반면, 남성은 취업준비(83만명), 쉬었음(75만명) 비중이 높았다.

◇ 코로나19 고용 충격, 대면 업종 비정규직 여성에 집중

코로나19가 여성 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한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자료를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 취업자 수 감소는 대부분 '임시직 근로자'에 집중돼있다. 실제 지난 5월 여성 상용직 근로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만3000명 증가했지만, 임시직 근로자 수가 31만5000명이나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여성 임시직 근로자에게 집중된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면 접촉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임시직 비중이 높은 가사·돌봄노동 등 여성 일자리가 크게 위협받게 된 것.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0만1000명 감소), 숙박·음식점업(12만6000명 감소), 교육서비스업(6만3000명 감소) 등 대면 일자리에서 여성 고용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성 연구원은 “IMF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를 돌아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항상 더 많은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수에 국한된 성격이 강한 카드사태 때는 여성이 뚜렷이 남성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위기도 대면과 관련된 업종에서 타격이 크게 나타나는 측면 강해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면 업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실직해도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방과후학교강사의 경우 개학이 지연되면서 출강하는 학교 수가 극도로 감소해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코로나19가 고용보험 사각지대 대면 여성일자리에 미친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과후학교강사 3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월 평균 수입이 겨우 2만7000원으로 이전(223만9000원)보다 221만9000원 감소했다. 응답자 중 코로나19 이후 월 평균 수입이 ‘0원’이라고 답한 경우도 무려 95.8%였다.

반면, 고용보험 가입률은 9.8%에 불과해, 대부분의 방과후학교강사들이 사실상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로 수개월을 버티고 있다. 

가정을 직접 방문해야만 하는 가사근로자들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사근로자의 월 평균 수입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112만3000원에서 63만9000원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9.7%에 불과해 역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방과후학교강사의 코로나19 이후 월 평균 수입.(단위: %)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 방과후학교강사의 코로나19 이후 월 평균 수입.(단위: %)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

 

◇ 여성 노동자, 일자리 지원정책에서 배제돼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까다로운 조건에 걸려 제약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지원 정책이 있으나마나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가사근로자·아이돌보미·방과후학교강사 등 여성 노동자 1096명 중 ‘생활안정자금 융자’ 제도를 알고 있는 경우는 전체의 32.7%에 불과했다. 알고 있다고 응답한 358명 중 실제 융자를 신청한 경우도 겨우 6.7%에 그쳤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 중 ‘지원 대상에 해당이 안됨’이라는 응답이 40.1%나 됐는데, 이는 융자 신청 조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나 특수형태근로자의 경우, 소득액과 상관없이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고용충격이 성별과 업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가사·돌봄노동 비정규직 여성에 특화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미래 대비 투자보다 당장의 소비위축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와 경공업 등 여성이 더 많이 고용되어 있는 업종에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용유지 지원 및 실업, 소득감소에 대한 지원의 확대와 지속과 함께 3차 추경에 포함된 일자리 사업을 조속히 실시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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