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또 20~30대 찍퇴" 두산重 노동자의 뼈맺힌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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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또 20~30대 찍퇴" 두산重 노동자의 뼈맺힌 절규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7.01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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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공장 내부. 사진=뉴시스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공장 내부. 사진=뉴시스

“시대의 제물이 되기를 거부한다”

지난달 25일 창원 중앙대로를 가득 메운 노동자들이 외친 구호에는 경제위기 때마다 노동자들을 실직의 위험으로 내몰면서도 정작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경영계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이날 코로나19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나선 영남권 금속노조 및 조선업종노조연대 소속 1500여명의 조합원들은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실직의 위험에 직면한 노동자들을 ‘희생양’이라 표현하며, 방만한 경영에 따른 위기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들이 열거한 ‘희생양’의 목록에는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두산중공업의 이름도 포함됐다. 두산그룹은 현재 3.6조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그룹 회생을 위해 핵심 계열사 지분 및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두산건설에서 시작된 오랜 부실이 그룹 전체로 퍼지면서 코너에 몰린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개편과 자산 매각 외에도 비용감축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이미 두 차례의 명예퇴직으로 총 890여명의 직원을 떠나보냈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중공업 전체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하면 5908명으로 올해만 약 15%의 인력을 감축한 셈이다. 

명예퇴직에 이어 지난 5월 21일부터는 35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은 명예퇴직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아 휴업 규모를 축소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단체협약을 무시한 '불법 휴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휴업을 강행했다는 것.

이성배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장은 지난달 열린 구조조정 반대 집회에서 “두 차례의 명퇴로 900여명이 등 떠밀려 길거리로 나갔고 일부 휴업도 강제되고 있다”며 “회사가 저성과자와 유휴인력을 추렸는데, 경영진이야말로 저성과자이자 유휴인력”이라고 지적했다. 

휴업 대상자 명단에는 30대 사원·대리급 직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내부에서는 휴업 대상자 명단이 사실상 희망퇴직자 명단이 아니냐며 젊은 직원들마저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모는 것은 너무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휴업을 앞두고 “말이 좋아서 휴업이지 저성과자 낙인이자 ‘찍퇴(찍어내기식 퇴직)’인걸 다들 알고 있다”며 “인프라코어 20대 ‘찍퇴’로 구설에 오르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똑같이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사진=블라인드 앱 갈무리
사진=블라인드 앱 갈무리

문제는 현재 두산그룹의 위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원 회장 등 총수일가는 사재 출연을 통한 증자 참여 등 책임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고용유지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의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10여년간 진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총수일가의 ‘책임경영’ 선언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지주사인 ㈜두산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배당을 챙기다 올해들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뒤늦게 배당을 포기했다. 

실제 두산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 999억6900만원 중 박정원 회장, 박지원 부회장 등 총수 일가 등이 가져간 금액은 약 497억원에 달한다. 2017~2018년에도 총수일가는 각각 576억원, 585억원의 배당금을 챙기는 등 최근 3년간 약 16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중 박정원 회장이 챙긴 배당소득은 약 204억원으로, 지난해만 급여·상여 등 보수 30억9800만원, 배당소득 64억7000만원을 포함해 약 96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같은 해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877억원(개별기준)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고, 4조9000억원의 차입금에 따른 금융비용만 5563억원을 지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밥캣 등 알짜 계열사의 선전으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올렸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1년 안에 4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부실경영에 따른 그룹 위기에 직면해 수백억원의 배당소득을 올린 경영진이 말하는 ‘고통분담’에 직원들이 납득하기는 어렵다.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 없는 ‘책임경영’ 또한 실직의 위험에 내몰린 직원들에게는 빈말로 들릴 수 밖에 없다.

한편,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50명의 인턴승무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 블라인드앱 이용자는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비판하며 “힘들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저비용항공사는 인턴들 전부 정규직 전환하는데, 이게 오너 마인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라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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