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메꽃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당신을 그려본다. 아름다운 당신의 얼굴이 그려진다. 눈부신 자태가 어린 거린다. 그러나 마음을 그릴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의 괴리에 낙담한다. 사람의 알 수 없는 마음을 모래밭에서 생각해 보면서 잔잔한 꽃을 접한다.

메마른 모래밭에서 악착같이 살아와 분홍빛 고운 자태로 피어나 실바람에 까르르 웃는다. 아침이슬 알알이 안고서 반짝반짝 빛나며 반긴다. 청아한 파도소리 듣고자 송이송이 나팔을 닮았나보다. 황량한 모래사막 타들어간 목마름을 어이할꼬. 삭막한 모래언덕 뜨거워진 햇빛을 어찌하리. 끝없는 모래밭에 밀려오는 외로움을 어찌할까. 끝없는 고통과 번민에서 살포시 안겨지는 비단 같은 촉감과 목마름을 호소하는 꽃의 메아리가 울리는 모래언덕이다. 찬란한 금빛 모래알이 비단같이 부드럽고 곱다. 외로운 모래알과 모래알이 모여서 부드러운 화선지가 되어 잔잔히 다가온다.

갯메꽃.
갯메꽃.

 

금빛 사구에 나팔모양의 ‘갯메꽃’이 아기자기하게 피어있다. 메꽃과로 여러해살이의 덩굴성초본이다.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줄기가 나오고, 자루 끝에 3~7cm정도의 연분홍색 통꽃을 피운다. 하루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우는데 아침에 피어서 오후에 진다. 흰색의 줄기뿌리는 땅속줄기(地下莖)가 발달하여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뿌리줄기에서 덩굴성줄기가 나와 시계 반대방향으로 감고 올라간다.

학명은 Calystegia soldanella (L.) Roem. & Schultb.이다. 속명 칼리스테기아(Calystegia)은 ‘꽃받침을 뜻하는 칼럭스(Calyx)와 뚜껑을 뜻하는 스테지(stege) 합성어로 2개의 큰 포엽이 꽃받침을 싸고 있다는데 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지구상에 메꽃과는 25종이 있다. ‘메’는 희고 살찐 뿌리를 말하며 이를 구황식품으로 먹었기에 메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메꽃.
메꽃.

 

갯메꽃과 메꽃(C. sepium)은 같은 메꽃과(科)이고, 메꽃속(Calystegia)이다.  꽃은 비슷하지만 갯메꽃은 잎이 둥근 편으로 두껍고 윤기가 난다.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대표적인 해안사구(砂丘)식물로 바닷가에 서식한다고 ’갯‘ 자를 붙였다. 

꽃이 나팔꽃과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다. 나팔꽃은 일년초로 새벽 3∼4시경에는 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해 아침 9시경에 활짝 핀다. 그러나 서운하게 12시경에는 시들어 버린다. 메꽃과 갯메꽃은 다년초이고, 아침에 피어 오후에 시든다. 나팔꽃은 색채가 다양하지만 메꽃은 연홍색 한 가지이다. 같은 과이지만 속(屬,genus)은 완전히 다르다. 나팔꽃은 하지를 지나 낮 길이가 13∼16시간이 되는 한여름에 피지만 메꽃은 초여름에 핀다. 

사구에 핀 갯메꽃.
사구에 핀 갯메꽃.

 

당뇨 등에 좋다고 하는데 생약명으로 ‘선화(旋花)’라고 한다. 선(旋)은 ‘돌다’라는 뜻으로 꽃이 선풍기처럼 태양을 따라 돌아가는 향일화(向日花)이기 때문이다. 뿌리줄기와 어린잎은 식용한다. 잎줄기나 뿌리줄기에 상처가 나면 흰색의 유액을 분비하는데 이는 녹말 성분이다. 먹을 것이 없던 보릿고개시절엔 메꽃뿌리를 캐어 먹었다. 어린 시절 모닥불에 구워 먹었던 메꽃뿌리의 고수한 고구마맛과 향긋한 냄새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러나 갯메꽃은 약간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다 곳이 아쉽다. 

시원한 바람결에 수줍은 듯이 꽃송이가 하늘거린다. 나팔처럼 우렁찬 소리를 울리지만 내면은 부끄러운가 보다. 그래서 꽃말이 ‘수줍음’ 이로구나. 외로운 섬 대청도에 살지만 강인하게 버티고 있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나그네에 방긋방긋 웃으며 살포시 수줍음을 감추고 있다. 또 하나의 꽃말은 ‘충성’이다. 충(忠)은 마음(心)이 가운데(中)에서 치우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북이 긴장되어가고 있어 더욱 중요한 백령도, 대청도이다. 갯메꽃이 북녘을 향하여 소리친다. “아름다운 평화를 오기를 기원 합니다” 백 만 송이에서 함성이 들려온다.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함성이 메아리친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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