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 사진=뉴시스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 사진=뉴시스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사실상 사업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해 타결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을 중단 이유로 지목해 눈길을 끈다. 

풀러스는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9년 3월 사회적 대타협으로 인한 카풀 이용 제한 및 코로나19로 인하여 유상 카풀 시장이 크게 축소됐다”며 “이에 전면 무상 서비스로의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풀러스는 한때 1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카풀서비스로 성장했다. 지난 2017년에는 네이버, 미래에셋, SK 등으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 전망이 밝았으나, 이번 무상서비스 전환으로 사실상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

풀러스는 무상서비스 전환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축소 ▲택시·모빌리티 대타협에 따른 카풀 규제 등 두 가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풀러스가 강조한 것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코로나19의 경우 감염 위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공유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타인과의 접촉 빈도를 줄이려는 분위기가 퍼지다 보니 차량공유 서비스들도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실제 우버·리프트 등 대표적인 해외 승차공유 서비스는 지난 3월부터 카풀 서비스를 중단한데 이어 수천명 규모의 대량 해고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서울 성북구 확진자가 회사 동료와 카풀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풀서비스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단순한 해석이다. 한국의 경우 선제적 방역조치로 인해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 대부분이다 보니 오히려 승차공유 서비스가 안전한 대안으로 각광을 받았기 때문. 대표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쏘카의 경우 지난 3월 건당 이용시간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으며, 그린카는 2월 주중·주말 이용건수가 각각 12%, 25% 증가했다. 차량 외에도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의 공유서비스가 코로나19 특수로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공유경제 시장 위축에도 모빌리티 서비스만큼은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 사회적 대타협에 발목 잡힌 셈

결국 풀러스가 사업 중단의 이유로 강조한 것은 지난해 극적으로 타결된 택시업계와 카풀서비스 업계 간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볼 수 있다. 타협안의 핵심은 자가용 카풀의 허용시간을 평일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제한한 것이다. 관련 내용이 담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미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출퇴근 시간대’는 택시업계와 카풀서비스 업계 간의 대립에서 핵심적인 사안이다. 카풀서비스 업체들은 근무형태가 다양화되는 흐름을 반영해 출퇴근 시간대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풀러스 또한 2017년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이용시간으로 지정하고, 월 1회 시간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택시업계는 카풀서비스에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면허 없이 택시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카풀 반대를 외치며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사태까지 수차례 발생하자 가장 규모가 큰 카카오가 카풀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며 한발 물러섰고, 국토교통부의 중재로 결국 사용자에 따라 출퇴근시간을 선택하는 방식 대신 출퇴근시간을 일괄 지정하는 방식으로 타협안이 타결됐다.

◇ 사업모델 한계' VS '졸속행정'

풀러스는 출퇴근시간을 일괄 지정하는 현행 규제 하에서는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풀서비스의 법적 근거는 여객운수법 81조의 예외조항인데, 이 조항은 “출·퇴근시간대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 자가용을 유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카풀서비스 업체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택시와 유사한 유상운송업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사회적 대타협으로 출퇴근 시간이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명확하게 규정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카풀서비스 업체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국토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에 편입돼 일정 규모의 기여금을 납부하고 차량 수 및 요금에 대한 정부 규제를 받으며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풀러스 입장에서는 기여금 규모나 구체적인 규제안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지속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업계는 정부가 택시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혁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에 반발하며 타다서비스를 종료한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는 택시와 다른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며 “타다가 없어지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거냐. 정부마저 ‘이기는 쪽 우리 편’이라는 자세로 손을 놓고 근본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택시업계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신산업의 입장만 고려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지난해 타다금지법을 두고 논쟁이 격화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은 돈 내고 (택시) 면허권을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외국계는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을 하면 되나”라며 모빌리티 업계가 “4차 산업 어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된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택시업계 생존권에 무게를 둔 정부의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은 풀러스의 사업 종료와 함께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풀러스가 구 산업의 목소리에 밀려 혁신산업 육성을 도외시한 정책 때문에 쓰러진 것인지, 아니면 '룰' 위반 외에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빈약한 사업모델로 인해 스스로 넘어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카카오모빌리티, 큐브카,  KST모빌리티 등 사회적 대타협으로 만들어진 '룰' 아래서 플랫폼 운송사업을 준비 중인 여러 모빌리티 업체들의 미래가 이 질문에 대해 답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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