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주도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리커버리(Recovery)' 홈페이지에 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리커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16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주도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리커버리(Recovery)' 홈페이지에 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리커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1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소염제가 코로나19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주도로 진행된 ‘리커버리(Recovery)’라는 이름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염증 치료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리커버리’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발표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무작위로 2104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선정해 열흘간 매일 6mg의 덱사메타손을 처방한 뒤, 덱사메타손을 처방하지 않은 4321명의 코로나19 환자와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들의 사망 위험은 28~40% 가량 감소했으며, 기타 산소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했다. 호흡보조가 필요없는 경증 환자의 경우 별다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각광받아온 여러 의약품과 다른 점은 최초로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특히, 대표적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사(社)의 ‘렘데시비르’는 회복속도를 단축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사망률을 낮추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은 7.1%로 투약받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 11.9%보다 낮았다. 하지만 NIH는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라며, 렘데시비르가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덱사메타손은 경증환자에게는 별다른 효능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산소호흡기를 사용 중인 중증 환자에게는 뚜렷한 사망률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렘데시비르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기 전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에게 높은 효능을 보이는 만큼 덱사메타손의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덱사메타손이 다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어디서든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덱사메타손은 염증억제작용이 있는 합성 부신피질호르몬제로 부신기능부전증, 류마티스성 장애, 피부질환, 알레르기성 질환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제와 주사제, 연고, 크림제, 비강분무제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사 처방을 받으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임상시험을 이끈 마틴 랜드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열흘간의 덱사메타손을 투약하는데 드는 비용은 환자 1인당 약 5파운드(약 7500원) 정도”라며 “특히,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진 첫 치료제가 전 세계 어디서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는 것이 놀라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의 경우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는 않았지만, 덱사메타손에 비해 수백 배나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의 의약품가격평가기구인 임상경제평가연구소(ICER)은 지난달 1일 환자 한 명을 치료하기 위한 렘데시비르 구매 비용이 약 4500달러(약 55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확실한 효과를 갖춘 코로나19 치료제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로나19 극복의 기대감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덱사메타손은 산소치료나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진 첫 번째 치료제”라며 “위대한 소식이다. 영국 정부와 옥스퍼드대를 비롯해 생명을 구하는 과학적 돌파구를 발견하는데 이바지한 많은 영국 병원과 환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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