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하면서, 중간배당 추진 여부를 두고 금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해 은행권의 배당 자제를 권고한 상황이기 때문.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2일 위기대응 총괄회의에서 “국내 금융회사도 글로벌 흐름을 참고해 충분한 손실흡수와 자금 공급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은행권에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은행이 보유한 ‘실탄’을 배당이 아닌 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경제주체에 대한 금융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주주명부 폐쇄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배치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주주명부 폐쇄란 일정 기간 명의 개서, 질권등록, 신탁의 표시 등 주주명부 기재사항의 변경을 정지하는 것으로, 보통 주주총회 및 배당을 앞두고 시행되는 절차이기 때문. 다만 하나금융은 중간배당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다음 달 이사회에서 논의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 은행권, 코로나 대비해 대출여력 확보해야

하나금융의 주주명부 폐쇄로 인해 은행권의 배당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현재 은행권 배당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완충자본 확보를 위해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까지 가로막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배당 자제를 요구하는 측은 주로 각국 정부 및 국제금융기구, 시민단체 등이다. 실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달아 기고문을 게재하고, 은행이 배당 및 자사주매입을 자제하고 대출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FT에 기고한 글에서 “은행이 충분한 완충자본(buffer)을 확보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은행 감독 당국의 규제 완화 등 일련의 경제 안정화 조치와 연동된 것”이라며 “공공부문은 또 다른 은행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주주들도 이와 동일한 책임 및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어 “은행 주주들의 이해와 감독 당국 및 소비자들의 이해는 다르지 않다. 팬데믹 상황에서 은행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대신 자본을 확보하는 것은 모든 주주들에게 궁극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며 “지금 은행권의 역량을 보호함으로서 주주들은 향후 경제회복이 시작될 때 더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기구의 권고에 따라 주요국들도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대비한 실탄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 유로존 19개국 은행에 대해 오는 10월까지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바클레이스, 로이즈,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영국 ‘빅5’ 은행들도 영국 건전성감독청(PRA)으로부터 배당금 지급 및 경영진에 대한 현금 보너스 지급을 중단하라는 공식 서한을 받고 권고를 수용한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각국 은행권의 배당 자제를 요청하며 "지금 주주들의 희생은 경제회복이 재개된 후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국제통화기금 홈페이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각국 은행권의 배당 자제를 요청하며 "지금 주주들의 희생은 경제회복이 재개된 후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국제통화기금 홈페이지

◇ 美 은행, "배당 중단은 과도한 규제,  투자 감소할 것"

반면 미국 은행들은 배당금 지급 중단은 불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 은행들은 유럽과 달리 국제금융기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금융전문지 ‘아메리칸 뱅커스’에 따르면 소수의 중소형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은행들은 지난 4월 배당금을 예정대로 지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또한 배당금 지급과 관련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 은행권이 배당 금지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대출 여력은 이미 충분하며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면 자칫 은행의 시장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대형은행의 입장을 대변하는 은행정책연구소의 그렉 베어 소장은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FT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은행들은 갑작스러운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자본 및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켜왔다. 연준이 1200억 달러의 대출을 늘리는 동안 은행권은 약 8000억 달러의 대출을 늘렸으며, 이는 대부분 기업 대출에 집중됐다”며 “경기침체가 악화되면 완충자본을 더 비축해둘 필요가 있겠지만, 이미 은행권은 해당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은행의 완충 여력은 어떤 갭도 메울 수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은행의 배당금 지급 능력을 관리하고 있는데, 현 규제 체계를 벗어난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 은행권에 대한 투자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투자자를 은행으로 이끄는 요인은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 능력인데 이를 임의로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베어 소장에 따르면, 영국 은행의 시장가치는 PRA의 배당 금지 조치 발표 직후 약 430억 파운드나 감소해 장부가치 상승분(80억 파운드)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베어 소장은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영국·유럽과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은행권의 지난해 자본배분 중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수준으로 자사주 매입(7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유럽 은행권은 배당 비중이 무려 9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베어 소장은 “미국 은행들은 이미 (코로나19에 대비해) 자사주 매입을 중단할 뜻을 밝혔다”며 배당금 지급 금지는 과도한 추가 조치라고 비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은행권에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은행권에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 하나금융, 배당 필요성 강조 

배당 자제를 요구하는 금융당국과 배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은행권 양쪽 모두 각각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논의가 쉽게 마무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각각 14.72%, 13.40%로 전분기 대비 0.54%p, 0.14%p 하락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지원과 대출증가로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하락한 것은 당국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은행이 권고기준(시중은행 기준 12%)을 안정적으로 상회하고 있는 데다, 1분기 10조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하고 부실채권비율(0.78%)도 소폭 하락했다는 점은 은행권의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3만원대 후반을 횡보했던 주가가 코로나19 이후 급락한 만큼, 중간배당을 실시해 주가를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증시 회복으로 지난 4일 3만3350원까지 올랐지만, 재차 하락하며 16일 오후 5시 현재 2만8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최근 DLF사태 및 키코 배상안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이견을 보여온 만큼, 하나금융이 중간배당을 시행하는데 따르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다음달 열릴 이사회에서 하나금융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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