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실내 전시장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응시생들이 3m 가격으로 배치된 책상에서 시험을 치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30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실내 전시장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응시생들이 3m 가격으로 배치된 책상에서 시험을 치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취준생들이 정보 공유를 위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이은 ‘정기 공채 폐지’ 소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LG그룹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발표하자, 취준생들은 경력 없는 신입 채용 기회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취준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신입 채용의 기회였던 공채가 폐지될 경우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경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취업커뮤니티에서는 LG그룹 공채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대놓고 중고신인을 뽑겠다는 소리 아니냐”, “불확실한 신규 채용 대신 검증된 경력신입이나 협력사 인원을 선발하겠다는 의도”, “졸업하자마자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서 경력을 쌓을 걸 후회된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공채 폐지는 채용 즉시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경력 지원자는 버리겠다는 뜻”이라며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부족한 지금 취준생들은 저주받은 세대”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그룹사가 대량의 신규 인력을 한꺼번에 뽑은 뒤 각 직무에 분배하는 공채의 경우 여러 직무와 조직,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역량이 중요했다. 하지만 현업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에서는 보편적 역량보다 해당 직무에 대한 적합도가 중요한 채용 기준이 된다. 취준생들이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현상이 심해질 것이라 우려하는 이유도 이러한 채용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며 희화화됐던 대학원생들이 새로운 채용제도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취업 커뮤니티 회원은 “LG전자의 경우, 산학협력 과제를 진행하는 연구실이 많아 대학원생들이 신입 채용에 훨씬 유리할 수 있다”며 “산학협력 프로젝트 자체가 실무를 경험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대학원생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회원도 “앞으로 경력 없는 학사가 신입 채용문을 뚫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석·박사는 반드시 따야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한 채용 절차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교적 절차가 투명한 공채와 달리 수시채용의 경우 내부 사정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의혹 때문이다. 한 취준생은 “공채를 폐지하면 면접 비중도 올라가기 때문에 낙하산 채용을 늘리기 딱 좋은 환경이 된다”며 “수시채용은 곧 경력자 채용, 지인 채용의 다른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취준생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경력을 쌓을 기회도 없는데 수시채용이 가능할까”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공채와 함께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장애인을 뽑는 시늉이라도 했다”며 “그 조차도 없으면 장애인에 대한 고용의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채 폐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변화를 수용하는 취준생들도 눈에 띤다. 한 취업 커뮤니티 회원은 “회사 인력 관리 측면에서 보면 공채가 좋은 제도는 아니기 때문에, 점차 없어질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 대부분이 수시 채용을 하면서도 신입들 잘만 뽑아서 쓰고 있다. 너무 겁낼 필요 없다”고 다른 취준생들을 다독였다. 또 다른 회원도 “사익이 우선인 기업 입장에서 공채 폐지는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채용을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도만 바뀌는 것이다. 공채든 수시든 준비된 사람은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바뀐 채용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한 현직자들의 조언도 뒤따랐다. 공채 폐지 후 수시채용 중인 기업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취준으로 시간낭비 하지 말고 빨리 구직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로 어떤 결과를 냈는지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아야 수시채용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누리꾼은 “어디에 입사하느냐가 아니라 이력서에 어떤 성과를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라며 “첫 직장의 네임밸류가 다음 직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기업만 바라보다 2년 넘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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