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화물을 적재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지난 4월 15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화물을 적재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선진적인 방역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생산하는 ‘K-의료기기’에 대한 해외 각국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늘어난 주문량을 감당하려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의 3각 협력체제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K-의료기기’로 주목을 받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생산량이다. 대부분의 진단키트 업체들이 자동화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기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 대량생산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온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진단키트 생산에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사용승인을 받은 국내 진단키트 생산업체 중 솔젠트와 코젠바이오텍, SD바이오센서, 씨젠 등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의 협력으로 제조 공정을 개선 중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가장 먼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솔젠트는 주당 생산량이 기존 1만1900개에서 2만571개로 73%나 늘어났다. 독일에서 수입해오던 시약용 플라스틱 용기 또한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를 통해 국산화하면서 조달 관련 불안정성 또한 크게 감소했다. 특히 기존 용기와 달리 고무링 없이도 시약 누수가 없는 개선된 용기를 개발해 불량률도 40%에서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대기업-중소기업의 삼자 협력을 통해 생산량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이미 마스크 생산업체에 도입돼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 품귀현상을 극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바 있다. 중기부와 삼성전자가 마스크 생산업체에 멘토를 직접 파견하고 생산공정 개선 노하우를 전달하면서, E&W·레스텍·에버그린·화진산업 등 4개 마스크 생산업체의 일일 생산량은 기존 92만개에서 139만개로 51%나 증가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K-의료기기’ 수출 지원은 생산뿐만 아니라 운용자금과 제품 개발, 운송, 세관 등 전 과정에 걸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지난 4~5월 수출기업의 항공 화물 운송을 돕기 위해 특별 전세기를 띄운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충칭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5월에는 일본 도쿄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2대의 전세기를 편성해 반도체 등 기존 수출물품과 더불어 진단키트, 방호복 등 방역용품을 운송했다. 이용요금 또한 시중운임의 75% 수준으로 낮춰 중소기업의 운송비 부담을 줄였다. 

생산시설 및 인력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4월부터 4000억원 규모의 바이오헬스 펀드를 조성해 진단키트를 비롯해 면역‧유전자치료‧첨단 의료기기 관련 바이오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대상으로 미 FDA 사용승인을 획득한 SD바이오센서는 지난달 수출입은행 경기지역본부에서 약 100억원을 대출받아 자금운용에 숨통을 틔웠다.

자금·생산·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원이 이뤄지면서 국산 진단키트의 수출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진단키트 수출액은 2억65만 달러로 전월 대비 8배 가량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1월 1곳에 불과했던 수출국가도 4월 들어 103개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K-방역’ 열풍에 기대 상황을 낙관할 것만은 아니다. 지난 5월 국산 진단키트 수출액은 1억3128만 달러로 전월 대비 34.5%나 급감했다. 대량생산 체제 전환이 늦어 생산물량을 신속하게 맞추지 못한 것도 있지만, 진단키트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 원재료 가격 상승, 인증 절차 강화 및 중복주문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면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 것.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의 3인4각을 통해 ‘K-방역’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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