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준이 경기 회복을 위해 부양 기조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장도 안도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1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00~0.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공중보건 위기는 경제활동 및 고용, 인플레이션을 단기적으로 상당히 압박할 것이며, 중기적으로도 경제 전망에 중대한 리스크를 부여할 것”이라며 “경제가 최근의 사태를 극복하고 가격 안정 및 최대 고용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현재의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는 오는 2022년까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표시됐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회복을 낙관하지 않고 경기 부양을 위한 수단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6.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말 전망치인 2.0%보다 8.5%p 하향 조정된 수치다. 올해 실업률 또한 지난해 말 전망치(3.5%)보다 5.8%p 상향된 9.3%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가 지속적인 부양책을 요구해온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연준의 정책금리 동결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며 “중립금리를 가장 지난해 12월 점도표와 동일한 2.5%로 추정한 점은 다소 의아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장기간 제로금리 유지 스탠스가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해소시켰다는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금융시장 과열 혹은 자산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이유로 연준이 현행 기조에서 후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연준의 장기간 금리동결과 자산매입 속도 유지는 위험자산 가격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연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삼아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 

노스만트레이더닷컴의 설립자인 스벤 헨리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연준이 시장에 대한 완전한 항복을 시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준은 암묵적으로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자산가격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며 “연준은 끝없이 돈을 찍어낼 뿐이며, 다른 탈출전략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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