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기각되면서,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삼성이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법적 리스크가 남아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을 보였다.

AFP통신은 “삼성 제국의 후계자가 승계 과정의 핵심으로 보이는 논란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구속을 면했다”면서도 “합병 사건은 진행 중인 뇌물 공여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세계 경제 12위 국가의 산업을 지배하는 대재벌 삼성그룹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또한, “영장 기각으로 인해 이 부회장도 잠시 안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가 코로나19로 인해 수요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또 다른 압박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BC도 “이 부회장이 (이번 영장 기각으로 인해) 완전히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 구속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구속청장 청구는 지난 2015년 이 부회장이 조부가 설립한 재벌그룹의 지배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한 법리 싸움에 기인한다”고 설명하며 “영장 기각은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과의 논쟁에 휘말린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적정성을 판별하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삼성그룹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며 “한국 최대 재벌과 검찰 간의 갈등은 다음 주 펼쳐질 여론전(수사심의위)에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은 이 부회장의 자유뿐만 아니라 기업의 평판을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며 이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법리 싸움이 아닌 삼성그룹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최고의 부자가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정부에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는 한국 대기업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국가의 정치적 균형을 흔들 정도로 폭발적이었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은 이러한 오명을 씻기 위해 단단히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가의 후계자는 지난 5월 과거의 실수에 대한 개인적인 사과를 전하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삼성은 자체 의료진을 파견하고 진단키트 생산량을 늘리는데 협력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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