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위안 줌 CEO. 사진=에릭 위안 트위터
에릭 위안 줌 CEO. 사진=에릭 위안 트위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 확산의 영향으로 부상한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기업으로 평가된다.

◇ 줌, MS, 구글과의 경쟁 이겨낸 이유는?

줌이 설립된 2011년은 이미 다수의 화상회의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구글의 행아웃 등 IT공룡들이 즐비한 레드오션에 뛰어든 스타트업 줌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살아남은 배경에는 ‘차별화’를 위한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B2C보다 B2B에 치중한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플랫폼 줌이 다른 경쟁 플랫폼 대비 강조했던 강점은 ‘접근성’이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사용한 적이 없거나 PC나 모바일 중 한쪽 환경에만 익숙한 사용자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미국 IT매체 지디넷의 칼럼니스트 애드리언 킹슬레이 휴즈 지난 3월 “줌이 스카이프를 제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줌은 스카이프보다 사용하기 훨씬 쉽다. 누구도 이보다 쉬운 플랫폼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줌을 다운로드받고 설치하는 과정은 아주 쉽다. 사람들을 화상회의에 초청하는 일도 링크를 보내는 것처럼 간단하다”고 극찬했다.

또 다른 차별점은 ‘품질’이다. 줌 이전의 화상회의 플랫폼은 끊김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영상 품질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공통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나 구글의 행아웃 등 P2P 네트워크 기반의 화상회의 플랫폼들과 달리 클라우드 기반의 줌은 HD급 영상을 지연 없이 제공한다. 실제 줌 창립멤버들은 대부분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를 개발한 화상회의 전문가들인데, 이들은 경쟁 플랫폼의 단점을 정확하기 파악해 자사 플랫폼의 강점으로 전환시켰다.

이 밖에도 화상회의 링크만 받으면 줌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40분 간의 무료 통화를 제공한다는 점 등 타 플랫폼 사용자들이 줌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비용 없이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 계속되는 '줌폭격' 논란, 보안 이슈 이겨낼까?

IT공룡과의 경쟁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주며 화상회의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줌이지만 아직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최근 줌을 둘러싼 보안이슈가 발생하면서, 기존 강자들이 다시 선두 탈환의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 

실제 미국에서는 ‘줌폭격(Zoom-Bomb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줌의 보안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화상회의나 화상수업 중 포르노 영상이 재생되거나 초청받지 않은 외부인이 접속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기 때문. 심지어 지난 4월 3일(현지시간)에는 캐롤린 멀로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주재한 회의가 세 번이나 ‘줌폭격’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공화당 의원인 짐 조던은 멀로니 의원에게 보낸 내부서신에서 “연방수사국(FBI)과 각종 언론매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줌을 통해 연 회의에서 중요한 브리핑 중 최소 세 번 이상 ‘줌폭격’을 당했다”며 “줌을 둘러싼 보안 이슈를 고려할 때 줌은 하원위원회 회의를 위해 적절한 플랫폼은 아니다. 줌을 통한 공식 회의가 예정돼 있다면 즉시 연기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에릭 위안 CEO는 지난 4월 2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이버 공격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레드오션에서 차별화로 자기 영역을 확보한 줌이 보안이슈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질지, 아니면 다른 IT공룡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업으로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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