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깽깽이풀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상쾌한 바람소리가 아린 침묵을 흔들고 간다. 소리 속에 침묵이 있고 침묵 속에 소리가 있다. 머무는 침묵을 붙잡아 나 자신을 비추어 보고 뒤 돌아 본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를 미워하고 싫어했던 사람들도 생각한다. 내가 증오하고 원망한 사람들도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나 자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나무와 꽃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다. 아름다운 꽃들로 눈(目)이 즐겁다.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서 마음까지 상쾌하고 흥겨워진다. 고맙고 감사하다. 꽃은 마음의 치료약이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보랏빛 엽서 같은 아름다운 꽃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름은 천박하면서도 친숙한 이미지의 ‘깽깽이풀’이다. 깽깽이속은 전 세계에 2종뿐인데 대한민국에 1종이 서식한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 3위였고,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하여 적극적인 보호로 개체수가 늘어나 2012년 5월31일 해제하였다.

깽깽이풀
깽깽이풀

 

학명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 이다. 속명 제페르소니아(Jeffersonia)는 미국 대통령 Thomas Jefferson를 기념하기 위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종소명 두비아(dubia)는 잎이 반으로 접혀져 올라오는 모양을 말하는 것이다. 깽깽이풀의 이름 유래는 많은데 세 가지 설을 모아본다.

먼저, 깽깽은 해금 등을 속되게 부르는 말로 농사철에 바쁜데  한량처럼 깽깽이를 켜고 놀자고 유혹하는 것 같다는 설이다. 둘째는 잎에 환각성분이 있어 강아지가 뜯어먹고 깽깽거린다는 연유라는 설이다. 셋째는 엘라이오좀을 물고 가던 개미가 종자를 떨어트린 종자가 발아하여 깨금발을 뛰는 것처럼 서식한다는 설이다. 원래 이름이 강아지풀 이였다고 하니 두 번째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은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최초 등장 한다. 다른 이름이 깡이풀, 천황련, 모황련, 토황련, 선황련 등이 있다 .

초장은 20~30㎝ 정도로 반그늘에 서식한다. 잎은 둥근 심장형이며 보라빛의 꽃은 우아한 자태이다. 지름이 2㎝가량으로 1~2개의 꽃줄기가 잎보다 먼저 나오고 끝에 꽃이 1개씩 핀다. 개화 후 꽃잎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며 빨리 지는 편이다. 꽃피는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많다. 꽃피기 전에 붉게 올라오는 고혹적인 모습과 연잎모양의 잎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족도리풀, 광대나물, 제비꽃 등과 같이 개미와 공생하며 번식을 한다.  

깽깽이풀
깽깽이풀

 

생약명이 황련(黃蓮)이다. 땅속줄기가 자라면서 두터워지는데 이를 약재로 사용한다. 노란색 땅속줄기는 무성번식을 하는데 이것을 연결된다는 뜻과 연꽃을 닮은 것이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줄기와 뿌리에 베르베린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쓴맛이 대단히 강한데 이를 소화제, 지사제 등 약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꽃말은 ‘안심 하세요’ ‘설원의 불심’이다. 신음소리를 낼 정도로 쓴맛이지만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말인가. 방패모양의 잎이 모든 것을 막아주니 안심하라는 뜻인가. 모든 일을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시라. 모든 것이 잘되어 갈 것이니 안심하시라고 한다. 잎이 연잎과 비슷하여 보랏빛 꽃이 수련 같은 우아한 자태이기에 불심을 일깨우는가보다. 불심을 간직하려는 것인가 보다. 세상이 부처로 가득한데 부처의 마음은 없고 불심도 부족한 연유는 무엇인가 반문하여본다. 보이는 불상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불심과 자비를 일깨워 피안(彼岸)으로 갔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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