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둘러싼 美中 '수 싸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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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둘러싼 美中 '수 싸움' 내막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5.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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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8일 홍콩보안법을 강행 처리했다. 미국의 강력한 보복조치 예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인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홍콩 특별지위 박탈시 중국에 어떤 영향?

아직 미국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처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조치는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이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을 근거로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 관세와 무역, 비자발급 등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특별대우의 근거가 홍콩의 자치권이라는 것. 만약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미국이 판단할 경우 특별지위 또한 박탈할 수 있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가 박탈될 경우 중국이 입게 될 손실은 만만치 않다. 현재 홍콩은 중국과 제3국 간의 무역을 중계하는 중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만약 미국이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당할 경우 홍콩은 중국과 동일하게 평균 20%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게 돼 중계무역 기지로서의 이점을 상실하게 된다. 

NH투자증권 박인금 연구원은 “극단적으로 가정해 홍콩의 미중 중계무역 역할이 상실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규모는 약 6~1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2017년 기준 홍콩 중계무역에서 미국향 수출은 420억 달러인데, 해당 금액이 모두 중국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약 9.7% 감소하게 된다.

또한 홍콩을 통한 대외 자금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 중 홍콩을 통한 투자는 6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중국의 해외 기업공개 중 약 70%가 홍콩을 통해 진행되는데, 홍콩이 특별지위 박탈로 금융허브의 기능을 상실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할 경로가 상당히 좁아지게 된다.

게다가 지난 20일 미 상원은 만장일치로 ‘외국기업보유책임법’을 통과시켰는데, 해당 법안은 사실상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미국에 이어 홍콩을 통한 대외 자금조달 경로까지 막힐 경우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 중국의 대미 반격 '카운트 다운'

의문은 중국 정부 또한 이러한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홍콩보안법을 강행처리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중국 경제가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중국 또한 미국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반격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경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1991년(21.4%)에 비해 18.7%p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덩치를 키워 온 내수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홍콩의 위기가 본토 전체의 위기로 확장될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23일 “우리는 미래를 위해 내수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완전한 내수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당분간 수출이 아닌 내수 위주로 경제전략을 변경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하겠다는 것.

환율전쟁도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중국은 홍콩보안법이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하자 보란 듯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고 있다. 29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 환율은 전일 대비 0.05% 상승한 7.1316위안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이 극단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관세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보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감을 줄 수 있다. 

미국 또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잃는 것이 많다는 점도 중국 지도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약 1300개 미국 기업이 홍콩에 진출한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또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게다가 이미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인해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런던 기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실질소득은 2018년 1~11월 월 평균 14억 달러씩 감소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거의 완전히 국내 물가에 전가됐으며 지금까지도 국내 소비자와 수입업자에게 전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미중 갈등 고조까지 겹쳐 경제지표가 악화될 경우, 대선을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시진핑, 경제보다 권력 안정 선택? 

물론 미·중 갈등이 장기전으로 흘러간다면 중국의 경제 체력이 먼저 소진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국의 대중 전략은 초당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이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대중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승산이 불분명한 싸움에 강경 대응 일변도인 중국의 모습을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 홍콩보안법을 강행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미국 개입을 우려해 홍콩 문제를 방관했다가 자칫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시진핑 중국 주석이 결단을 내렸다는 것.

장피에르 카베스탕 홍콩침례대학 교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공산당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왜냐면 소련의 운명을 피해 일당독재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곧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베스탕 교수는 이어 “홍콩은 중국의 불안정 요인으로서 점점 더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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