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마련된 위안화와 달러의 모습. 사진=뉴시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 홍콩 중계무역 이점 사라져... 반도체 위기 올 수도

2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은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한국이 누려왔던 홍콩 활용의 이점이 사라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지난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하고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 대해 관세, 투자, 비자발급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이 때문에 홍콩은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28일,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미국이 부여한 홍콩의 특별지위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이 충분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1997년 이전처럼 미국법을 홍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역협회는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금융허브로서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홍콩이 단순한 금융허브가 아니라 대중 수출의 관문 역할을 맡고 있는 중계무역기지라는 점이다. 실제 2018년 기준 홍콩은 수입액의 87%를 제3국으로 재수출했는데, 이 중 중국향 비중이 55%에 달한다. 한국이 홍콩에 수출한 제품 또한 82.6%가 중국으로 재수출됐는데 이는 대만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 기업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이유는 중국에 직수출하는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과의 직거래시 발생 가능한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데다, 무관세 및 낮은 법인세의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직수출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홍콩무역상을 통해 수출길을 모색할 수 있으며, 자금 조달에 드는 금리 수준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통해 누려온 이점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물류비 증가 및 항공편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홍콩에 비해 까다로운 중국의 통관·검역 절차로 인해 수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홍콩 수출 중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무역협회는 “홍콩 경유 재수출에서 중국 직수출로 전환해야 할 경우 바이어의 구매비용 부담이 증대될 것”이라며 “현재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시스템반도체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우리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미·중 갈등 따른 반사 이익도 예상

반면 홍콩보안법 이슈가 오히려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그 공백을 우리 기업이 메울 수 있기 때문. 무역협회는 “미·중 갈등 확대로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이 중국과 수출 경합 중인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광학기기, 철강제품, 플라스틱 등의 업종은 홍콩보안법 이슈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화웨이 제재 등으로 인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한국의 약진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6일 ‘신보호무역주의정책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상호 관세 부과는 한국의 후생(관세수입을 포함한 실질소득)을 0.009%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원은 “무역채널을 통한 관세의 단기적 효과만을 분석하며 관세가 투자 및 생산성 등 장기적·동태적인 측면, 그리고 금융 측면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연구원은 “미·중 관세는 한국의 대중(對中)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 동시에 대미 교역조건은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무리한 무역다변화정책 추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정부 이후 직간접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미국산 구매압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미국산 ‘사주기’는 자칫하면 후생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