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보험 민원 급증, 보험사 판매급급, 소비자보호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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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보험 민원 급증, 보험사 판매급급, 소비자보호 뒷전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5.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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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치아보험과 관련해 보험사의 횡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치아보험과 관련해 보험사의 횡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과도한 치과치료비 부담을 덜어줄 보험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들어나면서 보험사들의 치아보험 영업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상품 판매에 급급해, 정작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치과 병·의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총 4조928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3% 증가했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치과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8년 5.3%에서 지난해 5.7%로 증가했다. 

하지만 치과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20~30% 수준에 그쳐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치과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치과병원이 18.9%, 치과의원이 31.7%로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인 62.7%의 절반에도 비치지 못했다. 

치과 진료비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치아보험을 대안으로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문제는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 치과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입을 했는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심지어 보험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약을 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자료=보건복지부
치과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에게 구상권 청구하려던 ○○손해보험 회사, 이번에는 치아보험 고객에게 횡포부린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인천 소재 치과에서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은 남편의 충치 치료 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해당 보험사로부터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일방적인 해약을 당했다고 밝혔다. 남편이 2016년 사랑니를 발치했는대 해당 진료의 질병분류코드가 치주염으로 되어있었다는 것. 치주질환은 치아보험 가입 시 사전 고지 의무사항인데, 보험사는 청원인의 남편이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고 계약을 직권해지했다. 

청원인이 해당 보험사로부터 받은 해지 안내에는 “치아우식증(충치), 치통, 치주질환(풍치/치주농양), 치아흔들림, 치아/치열교정, 치은염(잇몸염증, 임플란트, 브릿지, 치아파절, 치수염(신경의 염증), 크라운, 틀니, 치아결손, 치근단염(치아뿌리끝조직염증), 치경부마모증 등으로 최근 5년간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고지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청원인은 사랑니 발치 시 방사선 촬영을 할 경우 치아우식(K02), 치주질환(K05) 등의 질병분류코드로 심사평가원에 보험 청구를 하게 된다며 “남편의 사랑니 발치는 치주염도 아니었고, 단지 생활 시 불편함을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청원인은 남편이 치아보험에 가입할 당시 보험설계사가 안내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은 ▲5년 이내 충치 치료 진단, 치료 투약 여부 ▲5년 이내 치주질환(수술·농양) 진단 및 치주수술 여부 ▲틀니 착용 여부 등 세 가지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원인은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가 치아보험 가입을 위해 치료 이력을 고지할 필요는 없으며, 치주질환도 잇몸 수술과 농양만 아니면 가입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가입 당시 설명과는 달리 보험사가 치주질환으로 인한 사랑니 발치를 이유로 계약을 직권해지했다고는 것. 청원인은 이어 “수술과 농양만 아니면 가입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애매하게 만들어두고 이제 와서 보험금을 못준다고 한다”며 사랑니 발치나 스케일링으로도 만성 치주질환자로 취급돼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서 문제가 된 보험사의 이름은 익명 처리돼 게재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청원인이 최근 구상권 문제로 이슈가 된 보험사라고 설명한 점을 지적하며 한화손보나 DB손보가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하얀미소플러스’, DB손보는 ‘참좋은치아사랑’ 등의 치아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코리아>는 해당 청원과 관련해 두 보험사에 연락을 취했으나 “관련된 사안이 보고된 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손해보험사의 치아보험 상품설명서.
한 손해보험사의 치아보험 상품설명서 중 일부. 가입자 확보를 위해 가입 절차가 간소화될 경우 사전 고지 의무사항 등 중요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많은 보험사들이 심사 절차나 고지 의무사항을 간소화하한 ‘간편플랜’을 도입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한 상황이다. 청원인의 경우처럼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가입했다가 고지사항과 관련해 갈등이 생겨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매복 사랑니의 경우 치주질환과 병행해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이상 환자는 사랑니를 발치했을 뿐 치주질환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치아보험 상품 설명과 가입 심사가 꼼꼼했다면 이같은 오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지만,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화될 경우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치아보험 가입자 수와 민원 건수는 비례해서 폭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치아보험 가입건수는 444만건으로 2016년 12월말 297만건 대비 49.2%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치아보험의 보험금 산정·지급 관련 민원 또한 지난해 상반기 35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8%나 따라서 급증했다. 치아보험이 집중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2년의 면책기간이 지나면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함에 따라 민원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 

치아보험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향한 보험사의 과열경쟁으로 가입 절차가 부실화되면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손보업계가 선제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치아보험 민원 급증으로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둘러싼 불완전판매 논란이 보험업계로 번지게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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