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이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성 차명 후원금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차명 후원금 실태와 함께 정치인들이 고액 차명 후원금을 누가 주는지 정말 몰랐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액 차명 후원금 전달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선거 국면에서는 그렇게 보기 드문 일도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무원 등 신분상 후원금을 낼 수 없는 경우나 해당 국회의원과 이해관계에 있어 공개될 경우 입장이 곤란한 이들이 가족이나 지인 등의 명의로 후원금을 넣는 경우가 있다"며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종종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고액 차명 후원금의 경우,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볼 때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얘기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차명이든 자기 이름이든 고액 후원이라면 99%는 후원하는 쪽에서 알린다고 봐야 한다"며 "정치인에게 선의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면서 수백만원씩 후원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 핵심 인사인 이정현 최고위원, 현경대 전 의원 등도 지난 총선에서 공천헌금 파문의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300~500만원의 '차명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현 의원이 후원금을 보냈다는 이야기 자체를 들은 적이 없다. 단 한번도 그와 통화해 본 적도 없다"고 고액 후원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4.11 총선 당시에는 현영희 의원이 공천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을 때여서 친박 핵심 실세들에게 고액 후원금을 주고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설득력이 없다.

이 최고위원은 의혹이 불거지자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공천이 이뤄진 1월부터 3월말까지 혹시 모르는 차명 인사들이 후원금을 보냈는지 전부 확인했지만 의심이 가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황당하고 경악스럽다"고 아주 강력히 반박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하루가 지난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에 확인한 결과 4월 5일 현 의원의 비서 부인의 친구와 비서 부인의 명의로 후원금이 입금된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차명 후원금 입금 사실이 있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이 최고위원은 자신이 사전에 몰랐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해관계가 분명한 정치권의 생리로 볼 때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이에 대해서 홍일표 당 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이 "4월 5일 입금된 후원금은 4월 11일 총선 낙선 후 국고에 귀속돼 한 푼도 쓸 수 없었다.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저의 경우 합법적인 후원금이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검토 의견을 들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사전 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고액 후원금이라도 선거 운동 기간 같은 바쁜 와중에는 후보에게 즉각 보고가 안돼 당사자가 모를 수도 있다"며 얘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고액 후원금이 공천 지원 등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주는 사람이 알리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역시 상식에 반한다.

정치자금법 상 차명 후원금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누구든지 타인 명의나 가명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해선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다. 정치인이 차명후원금 사실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대가성이 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국회의원은 연간 1억5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국회의원 한명에 대한 후원 한도는 500만원,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한도는 1000만원이다. 한 사람이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는 한도는 연간 2000만원이다.

특히 1회 3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대통령 후보자의 경우 500만원)이 넘는 후원금에 대해서는 이름·생년월일·주소·직업·전화번호와 일자 등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차명으로 보냈다 하더라도 사전 공모를 하지 않는 이상 형식 상으로는 합법"이라며 "다만 도의적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사후에라도 알았다면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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