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6일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 대해 사과하고 법을 어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약속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20일만인 2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약 17시간 동안 이어진 조사에서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시간 조사를 마치고 27일 오전 귀가하는 이 부회장을 향한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주요 일간지는 모두 이 부회장의 검찰 조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지만, 매체에 따라 논조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우선 주요 일간지들은 관련 기사에서 검찰 조사의 초점은 이 부회장이 합병·회계 문제에 대해 적극 개입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일보 “17시간 조사 이재용, 합병·승계 지시나 보고 없었다” ▲중앙일보 “17시간 검찰 조사받은 이재용,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없다” ▲세계일보 “‘경영권 승계 의혹’ 이재용, 17시간 檢 조사받고 귀가…혐의 부인” ▲국민일보 “이재용, 17시간 ‘비공개 조사’ 끝 귀가…지시한 적 없다” ▲서울신문 “이재용 17시간 만에 검찰 조사 마치고 귀가… ‘보고·지시 없었다’ 혐의 부인” 등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검찰 조사가 17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이뤄졌다는 점과 이 부회장이 관련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는 점을 제목에 담아 강조했다.

이번 검찰 조사가 삼성그룹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27일 장기간 검찰 수사로 인해 삼성의 경영역량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재계와 삼성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삼성은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이후 1년여 동안 비상경영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도 문제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파급력을 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전례 없는 위기 속에 전사가 위기 돌파에 매달려야 하는데 수사 대응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또한 26일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경영권 승계 의혹까지 검찰이 기소하게 될 경우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과중해진다며 “당장 이 부회장의 ‘뉴삼성’ 비전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익명의 재계 관계자를 인용해 “총수가 수사와 재판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신속한 경영 결단을 내리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이 부회장 소환을 계기로 국내 기업 전반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반면,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27일 사설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평가할 만하나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세계와의 경쟁에 써야 할 에너지를 오너 보호에 쏟아부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삼성의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이 부회장이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아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불확실성을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 일간지들은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특히, 한겨레는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게 이 부회장 검찰 조사 관련 기사 제목에 ‘17시간’이나 ‘혐의 부인’ 등의 문구를 포함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26일 사설에서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최종 수혜자”라고 지적하며 “이 부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구체적인 준법경영 실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동시에 검찰 조사에서도 있는 그대로 진실을 털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또한 27일 사설에서 “이 부회장은 합병의 최대 수혜자이다. 얻은 혜택이 1조원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며 “(불법승계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본시장의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 부회장이 이런 과정을 모를 리 없고,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이라며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엄한 처벌로 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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