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라임 사태 해결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이 막판 난항을 겪고 있다. 배드뱅크 최대주주 자리를 피하기 위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눈치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5월 중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6월부터 제재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약속이 지켜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인수해 처리하는 구조조정 기관이다. 금감원과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지난 1월 ‘스타모빌리티 횡령 사건’으로 인해 라임자산운용에 부실펀드 회수작업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판매사들이 출자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자금 회수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라임자산운용 청산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부실펀드를 배드뱅크로 이관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당초 판매사들은 배드뱅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출자금액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참여를 망설였으나, 이달 중순 19개 판매사가 전부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배드뱅크 설립 최대 난관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출자비율. 라임펀드 판매 잔액에 비례해 각 판매사가 배드뱅크에 출자하는 금액도 정해지는데, 판매 잔액에 따른 출자비율 설정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배드뱅크의 최대주주도 달라질 수 있다. 

단순하게 보면, 현재 라임펀드 판매잔액이 가장 많은 것은 우리은행(3577억원)이 배드뱅크의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금융그룹으로 기준을 바꾸면, 신한금융(신한금융투자 3248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이 최대주주가 된다. 만약 회수작업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에게 비난 여론이 집중될 수 있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배드뱅크 설립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거의 합의가 다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배드뱅크 설립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거의 합의가 다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배드뱅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4월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예상 회수율이 각각 43.4%, 45%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회수율을 이보다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임 펀드의 복잡한 상품 구조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시한부인 배드뱅크에서 6년간 부실자산 정리에만 매진할 전문인력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부실자산 정리가 어려워진 것도 문제다. 

자칫 배드뱅크가 판매사의 책임 회피용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의 항의에 대한 처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골치 아픈 업무를 배드뱅크로 떠 넘기고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금감원과 판매사가 배드뱅크를 핑계로 비난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금소원은 “라임사태라는 개별 금융사의 사기행위를 배드뱅크로 처리하려는 것은 결국 투자자 피해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피해자를 기만하려는 행위”라며 “금감원은 배드뱅크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회사별, 펀드별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드뱅크가 단순히 라임자산운용 청산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자금 회수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2020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질적인 배드뱅크 설립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합의가 거의 다 됐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배드뱅크를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윤 원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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