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라임자산운용이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자산 일부를 현금화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라임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향후 보상 절차와 판매사들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21일 부실 운용으로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 중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속한 87개 자펀드의 자산을 현금화해 이달 말까지 약 603억원을 고객에게 분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 3월 중순 약 200억원이 고객들에게 분배됐다. 

라임자산운용은 “분기별로 이번과 같은 분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3분기중 2차 분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금화 규모 및 시기는 4월 공지한 추정치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 보상에 나서면서 판매사들의 움직임에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신영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2곳 외에는 보상 논의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3월 23일 판매사 중 처음으로 자율보상안을 발표한 신영증권은 판매금액(890억원)의 절반 가량인 400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신한금투는 ▲무역금융펀드(폐쇄형) 투자자의 경우 원금의 70%(법인은 50%) ▲국내펀드(개방형) 투자자의 경우 손실액의 30%(법인은 20%)를 돌려주기로 했다. 

은행권의 경우 판매 은행이 공동으로 자율적인 선보상 조치를 논의하는 증 증권사에 비해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 라임 펀드를 판매한 7개 은행은 최근 자율보상안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은행의 보상안은 예상 손실액 중 30%를 먼저 보상하고 남은 평가액의 75%는 가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 투자자의 경우 최대 50%까지 선보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라임 펀드 판매 은행의 선제적인 보상 논의는 환영할 만하지만, 문제는 이사회 의결 절차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선보상은 판매사가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사실이 법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사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행위다. 이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에 불필요한 손실을 입혔다며 선보상을 결정한 경영진에 배임 혐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각 은행들은 선보상 안건의 이사회 의결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19일 이사회 개최를 위한 사전설명회를 열고 라임 펀드 피해자 구제안을 논의했으나, 21일 열린 이사회 안건에서는 결국 최종 제외됐다. 22일 우리은행 이사회에도 라임 펀드 선보상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판매사의 소극적인 태도가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 펀드 판매사의 선보상 조치가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 금지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각 은행에 전달했다. 하지만 판매 은행들은 금감원의 의견서에도 쉽게 보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사의 피해자 구제 조치에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외환파생상품 키코 관련 분쟁조정안을 발표하면서 “키코 배상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배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키코 판매 은행 6곳 중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우리은행 한 곳뿐이다. 산업·씨티은행은 불수용 입장을 밝혔고, 하나·신한·대구은행은 다섯 차례나 결정을 연기했다. 

DLF사태와 관련해서도 우리·하나은행이 조만간 금감원 제재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구제는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율보상을 권하는 금감원의 말이 금융사에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 라임 사태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금감원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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