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사진=삼성전자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국면 타개를 위해 강수를 뒀다. 21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극자외선(EUC)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투자 규모와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약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선두에 올라서겠다며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파운드리 증설 계획 또한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은 기흥(2개), 화성(3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1개) 등 총 6개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EUV 기반 생산라인은 아직 화성 뿐이다. 극자외선 광원을 통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EUV 노광기술은 기존 공정으로는 불가능한 초미세 회로를 구현 가능한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생산라인 구축을 통해 향후 5나노미터(nm) 이하의 비메모리 반도체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를 통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절반 이상(52.7%)이다. 삼성전자는 2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이 17.8%에 머물러 TSMC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게다가 TSMC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하면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추격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만은 없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21일 삼성전자의 “삼성전자의 총 EUV 생산능력(Capa)는 100k 수준으로 현 수준 대비 2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라며 “내년 파운드리 Capa 확충을 바탕으로 6nm 이하급 수주 활동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리라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이미 지난 17~19일 중국을 방문해 반도체 사업장을 둘러본 이 부회장이 TSMC와 마찬가지로 미국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EUV 투자가 뒤따를 경우, 개발 및 제품 적시성이 중요한 고객 확보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TSMC와 삼성전자의 본질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위탁생산만 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할 능력을 갖춘 회사다. 파운드리 업체의 주 고객인 팹리스(반도체 생산은 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업체) 입장에서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긴다는 것은 기술 유출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TSMC는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워 애플,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과 굳건한 거래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 발표는 이 부회장이 지난 19일 중국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발표는 불확실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삼성전자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때를 놓치면 안된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 이 부회장의 강수가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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