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특허청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소재 바이오벤처기업인 ㈜지플러스생명과학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특허청
박원주 특허청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소재 바이오벤처기업인 ㈜지플러스생명과학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특허청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국에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사태 종식이 시급하기도 하지만, 백신 최초 개발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패권구도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 <이코리아>는 각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을 돌아보고, 국내 백신의 위치는 그 중 어디쯤인지 살펴봤다.

◇ 모더나, 큐어백, 사노피 등 백신 개발 중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내외 치료제 및 백신 개발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개발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은 이노비오(미국), 모더나 테라퓨틱스(미국), 존슨앤존슨(미국), 큐어백(독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영국), 사노피(프랑스) 등이다. 

이 중 백신 개발 레이스에서 가장 앞선 것은 미국의 바이오업체 모더나(Moderna)다. 모더나는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임상1상을 지난 4월부터 시작했으며,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피험자 45명 중 우선 확인한 8명 전원에게서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중화항체’가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더나의 백신 후보 물질인 ‘mRNA-1237’은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게 만드는 전령RNA(mRNA)를 활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를 통해 세포에 침입하는데, mRNA는 면역세포로 하여금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반응을 일으키도록 유도한다. 모더나는 1상에서 mRNA-1237이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준 만큼, 곧 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2차 임상을 시작하고 7월부터는 3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나머지 37명의 피험자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섣불리 1차 임상 결과를 공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19일 미 의학전문매체 스탯(STAT)은 “모더나가 공개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말 뿐”이라며 아직 mRNA-1237의 효능을 확신할 단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더나의 공동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은 20일 CNBC ‘파워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현실과 다르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자료 일부를 공개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 중국, 백신 3종 2차 임상 돌입

모더나의 1차 임상 발표로 전 세계의 눈이 미국에 쏠려 있지만, 중국의 백신 경쟁력 또한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아직 1차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있지만, 중국에는 이미 2차 임상에 돌입한 기업이 세 곳이나 있다.

선전 제노면역의학연구소와 칸시노바이올로직스(CanSino Biologics)는 바이러스를 다른 안정된 바이러스 게놈에 담아 체내에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각각 RNA바이러스인 렌티바이러스와 DNA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다. 특히, 칸시노바이올로직스의 백신 후보 물질 ‘Ad5-nCoV’는 비자가복제 바이러스 벡터(Non-replicating Viral Vector)’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바이러스이 체내 복제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항체가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아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코로나19 위험군에게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노박 바이오텍(Sinovac Biotech)은 독성을 약화시키거나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하는 전통적인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 사백신) 방식을 사용한다. 아직 인체 실험 결과는 나오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오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시노박 바이오텍은 나스닥에 상장돼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백신 전문 바이오기업 다이나백스 테크놀로지스(Dynavax Technologies)와도 협력 관계를 맺는 등 미국과의 연결고리도 형성돼있다. 

◇ 국내기업 일부, 내달부터 임상단계 진입

한국도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백신 개발에 착수한 대표적인 제약·바이오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GC녹십자 등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항원으로 이용하는 단백질 서브유닛(Protein Subunit) 플랫폼을 활용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메르스 백신 개발 경험이 있는 만큼, 백신 개발에 활용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메르스에서 코로나19로 바꿔 그 효과를 확인 중이다. 현재 동물임상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9월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젠과 지플러스생명과학, GC녹십자 등 세 곳은 칸시노바이올로직스나 선전 제노면역의학연구소와 마찬가지로 항원을 바이러스 벡터에 담아 체내에 투입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특히, 스마젠은 지난 3월 국제백신연구소와 전임상 연구용역 계약을 맺고 캐나다 정부로부터 100만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