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20대 국회가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사실상 종료됐다.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n번방 방지법, 과거사법 등 중요한 민생법안이 대거 처리됐지만,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간소화 등은 상정이 불발돼 21대 국회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불발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결국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의료기관이 환자의 정보를 전자기록의 형태로 보험사에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에서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당 절차가 크게 간소화돼 보험소비자의 편의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청구절차가 전산화되면 보험사도 비급여 청구의 진료내역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과잉진료 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 및 의료기관 부담 가중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의료계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가 환자의 질병자료를 축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향후 보험금 청구가 많은 환자의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갱신을 거부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의료계가 억지 명분으로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미 종이문서로 환자 정보가 보험사에 전달되고 있는데, 이 절차를 전산화한다고 해서 더 큰 위험이 발생하는 것처럼 법안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 공동 성명을 내고 “의사협회는 마치 실손 의료보험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대행하여 청구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보험사가 질병정보를 새롭게 축적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독 보험사에 ‘종이’ 문서로 의료정보를 전달해야만 보험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의사협회의 논리는 이해불가”라고 비판했다.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20대 국회는 결국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물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했던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모두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 다만 법안을 재차 발의하고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관련 입법 논의가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 완화

반면 보험업계의 또 다른 숙원인 해외투자 한도 완화는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됐다. 기존 보험업법은 국내 보험사의 외화 자산 투자 한도를 일반계정은 30%, 특별계정은 20%로 제한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를 각각 50%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및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을 이유로 해외투자 한도 확대를 요구해온 보험업계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IFRS17가 도입되면 금리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 변동폭이 작아야 자본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만기가 긴 장기채권 투자가 필요한데,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보험사가 매입 가능한 채권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해외투자 한도가 확대되면서 해외 장기채권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어, IFRS17 대비가 한결 수월해졌다. 

한편, 20대 국회가 해결하지 못해 오히려 보험사에 '득'이 된 현안도 있다. 지난 20일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당초 논의됐던 특수고용직은 배제되고 예술인만 포함되는 ‘반쪽짜리’ 법안으로 수정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경영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특고직 제외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금년 말까지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후 사회적 대화를 거쳐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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