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중국을 방문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 빠른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산업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장경영’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2박 3일간의 중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기간에 이 부회장은 시안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한편, 후허핑 산시성 서기를 만나 중국 투자 및 생산 재개 등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코로나19로 해외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이 부회장의 방중 배경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지난 1월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을 방문한 뒤로는 해외 방문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국면에도 세 번의 코로나19와 검사와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 방중을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이 부회장이 발 빠른 ‘현장경영’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이 중국을 방문한 17일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뒤다.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미국의 소프트웨어·기술을 사용한 특정 반도체 제품이 화웨이에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제재 조치는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가 아닌 비메모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화웨이가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이면 삼성전자의 매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제재는 코로나19 이후 반도체산업 전망에 ‘미중 갈등’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 또한 미국 공장 증설 및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발표하며 미국 눈치보기에 나선 상황.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게도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을 증설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업황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속하게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간이 없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다만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을 단순히 미중 갈등 재점화에 따른 즉흥적인 대처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이 부회장의 해외 방문은 올해 들어 두 번째지만, 국내를 포함하면 알려진 것만 총 8번이기 때문. 지난 1월 2일 경기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올해 첫 현장경영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이후 5개월간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 경북 구미사업장, 충남 아산사업장, 수원 삼성종합기술원, 충남 천안 삼성SDI사업장,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등을 방문했다. 

결국 코로나19로 경기 둔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위기 대응을 위해 이 부회장이 내놓은 나름의 해법이 ‘현장경영’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6일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며 경영상의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라고 밝혔다. “절박한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한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 행보가 삼성전자를 둘러싼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