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가짜뉴스 총집합, 처벌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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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가짜뉴스 총집합, 처벌 왜 못하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5.18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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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갈무리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극우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북한군 개입설' 등의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왜곡과 폄훼는 더 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입니다”

18일 오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진실을 통해서만 광주시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국가폭력의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월 유족과 광주 시민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약속은 얼핏 당연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통령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약속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오월에 대한 왜곡과 폄하가 만연한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코리아>는 5·18 40주년을 맞아 그동안 유포된 각종 가짜뉴스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노력에 대해 돌아봤다.

◇ ‘북한군 개입설 등 만연한 5·18 가짜뉴스

5·18 관련 가짜뉴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북한군 개입설’이다. 북한이 수백명의 특수부대를 광주에 잠입시켜 시민들을 선동하고 폭동을 유도했다는 것. 이들은 ▲당시 북한군이 사용하던 AK소총이 다수 발견됐으며 ▲일반인이 다루기 힘든 장갑차를 능숙하게 운전하는 시민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5·18 관련 정부의 공식 조사 자료에는 광주에서 AK소총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전혀 적혀있지 않다. 또한, 당시 시민군이 사용했던 장갑차인 KM900은 궤도식 장갑차와 달리 일반차량과 조작방식이 유사해, 군 복무 경험이 있거나 대형차량면허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운전이 가능했다.

북한군 개입설이 확산되다 보니 이를 반박하는 근거도 적지 않게 제시됐다. 우선, 당시 북한은 600명의 특수부대를 수송할 수 있을 정도의 잠수정을 보유하지 못했다. 또한, 1985년, 1988년, 1995년 등 수 차례 진행된 정부조사에서도 북한군 잠입 관련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2017년에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문건에는 “북한은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문건에서 CIA는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행동이,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진단했다.

5·18에 대한 또 다른 가짜뉴스는 시민군의 발포에 대응해 군이 자위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또한 2003년 SBS와의 인터뷰에서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폭동이기 떄문에, 계엄군이 이를 진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공식적인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가 200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18 당시 최초 발포자는 11공수여단 차 모 대위로 19일 오후 4시 50분 시위대를 향해 M16을 발포해 고등학생 한 명이 총상을 입었다. 게다가 5·18 당시 경찰청의 전신인 치안본부가 작성한 기록에도 시민들이 최초로 경찰서에서 무기를 탈취한 것은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집단 발포를 한지 30분 가량 지난 21일 오후 1시30분경으로 기록돼있다. 반면 당시 군 당국이 확보했다고 주장한 일지에는 ‘전남도경’이라는 한자가 잘못 표기돼있는 등 조작의 흔적이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5·18 가짜뉴스, 왜 막지 못하나?

수차례에 걸친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와 다수의 문건 및 증언 등 5·18 관련 의혹을 반박하는 근거는 넘쳐나지만, 여전히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5·18을 폄훼하는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5·18 폭동’, ‘5·18 북한군 개입 증거’ 등을 검색하면, 이미 여러 차례 반박된 주장을 재포장해 유포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컨텐츠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이는 5·18 가짜뉴스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방송한 약 110건의 유튜브 영상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결정을 내렸으나 실제로 차단된 영상은 0건이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유튜브에 대해, 컨텐츠 삭제를 강제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5·18 가짜뉴스를 처벌하기 위해 발의된 각종 법안도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민생당 박지원 의원을 시작으로 민생당 김동철·장병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개호·박광온 의원 등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한국판 ‘홀로코스트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역사적 진실을 왜곡한 경우 5년~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 모두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된 상태다. 이개호 의원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미래통합당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법안 심사가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기념사에서 “진상규명의 가장 큰 동력은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공감’을 ‘법안’으로 실체화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21대 국회가 이를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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