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는 ‘신협법 개정안’에 금융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협은 경영 개선과 고객 접근성 강화를 위해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 및 부실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신협법 개정안은?

지난 3월 5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신용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핵심은 신협의 공동유대 범위(영업구역)를 기존 226개 시·군·구에서 10개 시·도 구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영등포구 신협조합은 구내에서만 조합원을 모집하고 여수신 업무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포구에 거주하는 조합원이 영등포구 신협에서 대출을 신청할 경우 비조합원으로 인식돼 한도가 차감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등포구뿐만 아니라 서울시 전역에서 영업할 수 있게 된다. 

공동유대 범위 확대는 신협의 오랜 숙원이다. 영업망이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지난 1월 3일 시무식에서 “제도적으로 신협의 공동유대는 역사적 유물로 사라질 정도로 칸막이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영업구역 확대 시 과당경쟁 우려

조합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재무건전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신협법 개정안을 지켜보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불편하다. 자칫 영업구역 확대를 용인했다가 대규모 부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5일 국회 정무위에서 “공동유대 범위를 확대하면 당연히 대형조합은 수익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다수 영세조합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며 “농·수·산림조합 등 여타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로 이어질 경우 지역 기반의 서민금융시스템이 붕괴돼 신협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2010년 3월 기존 11개였던 영업구역이 6개로 재편성되면서, 경쟁심화로 인한 고위험 자산 영업 확대로 부실이 급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약 30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그 결과 2010년 6월말 기준 105개였던 저축은행이 5년 뒤 79개로 감소했다.

신협 또한 지난 1990년대 후반 조합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부실 문제가 악화되던 중 외환위기를 만나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바 있다. 신협 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무려 약 5조원으로 이중 1조6000억원 가량이 아직 미회수 금액으로 남아있다. 

신협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조합간 과당경쟁이 재발해 어느 정도 자산규모를 갖춘 대형조합을 제외한 중소규모 조합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칫 풀뿌리 금융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지난해 9월 기준 자산 5000억원 이상 대형조합은 평균 1.1개의 지사무소를 보유한 반면, 1000억원 이하의 조합은 0.4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신협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조합이 중앙회장의 승인 없이 정관에 따라 지사무소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 규모에 따른 조합간 영업력 차이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 타 상호금융권과 형평성 논란

신협이 확대된 영업구역 내에서 안전하게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강화 및 재무건전성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신협은 지난해 신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3건(61억원)으로, 자산 규모가 4배인 농협(19건, 7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2.75%) 및 고정이하여신비율(2.94%) 또한 수협을 제외한 다른 상호금융조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다른 상호금융권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농·수·산림조합과 새마을금고의 경우 여전히 영업구역이 시·군·구로 제한돼있는 상황에서 신협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신협에게만 특혜가 주어지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 저축은행 또한 예·적금 및 출자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신협에게 영업망을 확대할 권한까지 주어질 경우,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조만간 신협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민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신협의 주장과, 오히려 서민금융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우려 속에서 국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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