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소비자연맹
자료=금융소비자연맹

외환파생상품 키코 배상 지연과 DLF·라임 사태 등으로 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가 추락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믿음직한 은행을 선택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지난 13일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를 포함한 국내 18개 은행의 지난해 공시자료를 분석해 ‘2020년 좋은 은행’ 순위를 발표했다. 금소연은 매년 산재된 은행 공시자료를 종합해 ▲안전성(40%) ▲소비자성(30%) ▲건전성(20%) ▲수익성(10%)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 국민은행 2년 연속 1위, 케이뱅크 '꼴찌' 

올해 평가 결과 KB국민은행이 84점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은 BIS자기자본비율(15.85%)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105.81%)로 평가하는 안전성에서는 10위로 중위권을 차지했지만, 수익성과 소비자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건전성에서도 4위를 차지하는 등 고른 성적을 거뒀다. 특히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는 경쟁사인 신한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총자산이익률(ROA)과 명목순이자마진율(NIM) 등 다른 수익성 지표에서는 앞서며 수익성 부문에서도 선두를 차지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76.4점으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안전성(15위), 소비자성(14위), 건전성(15위) 등 전 부문에서 하위권을 기록했으며 수익성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케이뱅크는 지난해 –3.62%와 ROA와 10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18개 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좋은 은행' 평가 항목. 자료=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맹의 '좋은 은행' 평가 항목 및 배점. 자료=금융소비자연맹

◇ 산업은행, 5위→14위로 9계단 하락... 건전성 우려↑

전년 대비 순위가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KDB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소비자성에서만 5위를 기록했을 뿐, 전 부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정부 지분 100%인 국책은행인 만큼 건전성과 안전성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점이 우려를 사고 있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05%로 2년 전(15.26%) 대비 1.21%p 하락했다. 이는 이번 평가대상인 18개 은행 평균(15.13%)를 밑도는 수치로, 산은보다 낮은 곳은 2개 인터넷은행을 제외하면 SH수협은행 뿐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국전력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산은의 BIS비율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채권 문제도 심각하다. 산은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71%로 18개 은행 평균(0.76%)의 네 배에 달한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하는 산은 입장에서 낮은 재무건전성 지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종합평가에서는 5위로 선방했지만 IBK기업은행도 건전성 부문에서 17위를 기록했다. 국책은행 두 곳이 나란히 건전성 부문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행의 BIS비율은 14.47%(12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8%(16위)로 둘 다 18개 은행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 우리·하나, 선방했으나 민원 1, 2위

한편, 해외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로 논란이 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0위와 6위를 기록하며 전년(우리 15위, 하나 10위) 대비 순위가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수익성 2위, 안전성 5위, 소비자성 6위, 건전성 8위로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에 안착했으며, 우리은행 또한 안전성(13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DLF사태로 인한 신뢰도 하락은 세부 지표에서 드러났다. 우리·하나은행의 지난해 10만명당 민원건수는 각각 2.61건, 2.09건으로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이는 18개 은행 평균(1.06건)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하나은행은 금소연이 지난해 9~11월 실시한 소비자인지·신뢰도 조사 결과에서 각각 6위, 7위로 전년(4위, 6위)보다 순위가 하락해 DLF 사태의 영향을 실감했다. 가장 믿음직한 은행을 묻는 해당 설문조사에서 두 은행이 올린 득표율은 각각 6.43%, 4.47%. 4대 시중은행으로 묶이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8.13%, 19.10%의 득표율을 올리며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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