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시절을 만나야 하고 운이 따르려거든 그 자리에서 오래 남아야 함을 이야기해 보겠다.

時來風送滕王閣(시래풍송등왕각), 運退雷轟薦福碑(운퇴뇌굉천복비)

時來(시래)에.. : 때가 오매
風送(풍송) : 바람이 보낸다. 어디로? 滕王閣(등왕각)으로, 등왕각으로 보내고,
運退(운퇴) : 운이 물러가매
雷轟(뇌굉) : 우레가 굉음을 쳐서.. 轟(굉)은 수레가 3대나 가니까 얼마나 시끄럽겠는가. 그래서 우레가 천복비를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천복비라는 것은 원나라 마치원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비석이다. 남쪽 지방인데,
천복산에 정자가 있었는데 이 산에 구양순이라는 유명한 서예가가 쓴 천복사비가 있다. 천복사라는 절에 비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천복비이다. ​

時來風送滕王閣(시래풍송등왕각).. 바람이 등왕각에 보내주고.. 

당나라 때 왕발이라는 사람은 워낙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다. 17살이었으니까 소년이라고 해야 맞겠다. 당나라 때 그 지방 현령이 자기도 무슨 일을 하고 싶다, 뭔가 남기고 싶다 해서 등왕각을 세운다. 거기는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전망이 아주 좋다. 등왕각을 세웠으니 우리 현판식 하듯이 낙성식을 하려고 사람들을 초대한다. 

낙성식 전전날 왕발이라는 사람이 꿈을 꾸는데 신령이 나타나 '만약 네가 서문을 지으면 틀림없이 그 글이 새겨질 것이다' 라고 한다. 그런데 전전날 밤에 꿈을 꿨으니 그럼 다음날 아침이면 하루 전인데 왕발이 사는 동네와 등왕각비가 있는 곳의 거리는 700리가 넘는다. 700리면 280km 거리인데 갈 방법이 없지 않는가. 

그러니 전전날 꿈을 꿔서 그 다음날 출발하자니 하루 안에 거기를 가야 되는데 도저히 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꿈이 너무 생생하고 사실 같아서 무작정 나루터로 갔는데.. 그 때 뱃사공이 탈 사람인 줄 알고 빨리 타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떨결에 배를 타긴 탔는데 이게 웬일인가, 순풍을 만나서 하루 사이에 700리를 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風送(풍송). 바람이 보냈다는 얘기이다. 
하루 사이에 700리 길을 왕발을 데려다줬다고 한다. 

도착해서 등왕각에 새길 글을 쓰는데.. 거기 낙성식에는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다 모였다. 왕발도 워낙 천재라고 이름도 났긴 했지만 뒤늦게 도착을 해서 한번 써봐라 하니까 그중에서 아주 훌륭하다 하여 그 글이 등왕각 비라고 해서 지금도 남아있는 글이다. 아마 서예 하는 분들은 등왕각비를 많이들 쓰곤 한다. 유명한 글이다. ​

그래서 ‘때를 만나면 바람이 등왕각까지 데려다 주더라’는 말이 회자된다. 

그런데 때를 만나서 이름을 날린 왕발이었지만 결국 오래 살지 못하고 물에 빠져 28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죽게 된다. 

속된 말로 이런 말 있다. 
실력 있는 사람 빽있는 사람 못 당하고, 빽있는 사람 운 좋은 사람 못 당한다고..

그런데 요즘 하나 더 붙었다고 한다. 운 좋은 사람도 명 긴 사람 못 당한다고 한다.​

[필자소개] 

KT 사내역량강화 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미래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윈윈긍정변화컨설팅 대표교수, JK비전경영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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