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언론의 눈길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집중됐다. 대부분의 언론은 ‘4세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선언을 집중 조명한 반면, 일부 언론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 2개월간 사과문을 준비해온 이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원칙 포기 및 노동 3권 보장 ▲시민사회 소통 및 준법 감시 강화 등을 약속했다.

◇ 주요 일간지, '4세 경영권 승계 포기' 집중 조명

7일 국내 주요 일간지는 대부분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1면에 소개했다. 특히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이 부회장이 머리를 숙인 사진과 함께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는 발언을 게재했다. 중앙·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 일간지 외에도 서울·경향·한국·국민일보 등 대부분의 일간지가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을 1면에서 다뤘다. 다만, 한겨레는 1면에 “불법승계 책임 빠진 이재용의 반성문”이라는 기사를 올리며 이 부회장의 사과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에 대한 국내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삼성그룹을 향한 사회적 비판이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며 “이 부회장이 이런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폭넓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무노조 경영 종식 및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등의 약속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 부회장의 사과와 선언이 한국 경제와 기업사에 큰 획을 긋는 계기가 되기 위해선 확실한 실천이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도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긍정적인 논조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는 형식과 내용에서 삼성에 쏟아진 비판과 질책을 대체로 수용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4세 경영권 승계 포기) 선언을 반드시 지켜 총수 자리를 세습하면서 각종 ‘오너 리스크’를 유발해온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을 바꾸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주변에서 사과 내용과 직접 발표하는 방식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 부회장은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번 대국민 사과에 임하는 이 부회장의 적극성을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이 부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확실성 제거와 함께 그룹 경영을 안정시키고 총수로서 자리를 굳건히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며 이번 사과에 대해 “오너의 비전과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 한겨레 “지배구조 개선 약속 없어” 

한겨레는 국내 주요 일간지 중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유일한 매체다. 한겨레는 이날 1면 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강한 그룹 경영 의지를 함께 밝혔다”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책임 인정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구체적 약속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겨레는 “계열사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지배구조는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거대 그룹을 장악할 수 있는 물적 토대”라며 “이 부회장이 승계를 넘어 지배구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점은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제왕적 대통령제'를 원인으로 지목”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정치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의 대주주가 감옥을 오가며 4년째 재판을 받고 다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다”이라며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한 '최순실 사건'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한국의 그 어떤 기업인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면 그것으로 핍박을 받고 수용하면 또 그것으로 감옥에 간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기업인들을 이렇게 몰고 가는 한국의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조선일보는 “노조 설립의 자유는 법에 보장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합리적 대화보다 투쟁과 폭력이 앞서는 한국적 노동 현실에서 만에 하나 삼성마저 노조로 인해 세계적 경쟁력을 잃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라고 말했다.

◇ 대국민 사과, 파기환송심 영향 우려 시각도

한편,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자칫 파기환송심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가 대법원이 파기환송시킨 취지를 훼손해 사법부의 오랜 관행인 ‘재벌 봐주기’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재판부는 실형의 가능성을 높여 파기환송했던 대법원의 법정신을 유지해야 법치주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삼성노조 와해 혐의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라며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가 재판과 수사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려는 방편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만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 부회장의 사과가 곧 면죄부는 아니다. 법원과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사과와 무관하게 수사와 재판에 더욱 엄정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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