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11일, 국회의원의 불출석율에 따라 세비삭감 및 출석정지 등의 징계를 처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을 대표발의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11일, 국회의원의 불출석율에 따라 세비삭감 및 출석정지 등의 징계를 처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을 대표발의했다. 사진=뉴시스

“선거 기간 중에 후보로서 가장 많이 들었던 국민의 요구가 ‘국회가 일 좀 해라’는 말씀이었다”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4·15 총선을 마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두고 벌어진 국회 파행으로 각종 민생법안이 뒤로 미뤄진 채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둔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일하지 않는 국회”였다는 것.

실제 20대 국회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발의된 법안은 2만4030건으로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실제 처리된 법안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 수는 총 8574건으로 법안처리율은 겨우 35.7%에 불과하다. 19대(42%), 18대(44.8%), 17대(52.2%)의 경우 상대적으로 발의된 법안 수는 적지만, 법안처리율은 20대 국회와 큰 차이를 보인다.

국회 파행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다보니 계류된 법안만 1만5456건이나 남았다. 이는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법안 수(1만3913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법안 적체율은 무려 64.3%. 이 중 일부는 발의한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지만, 대부분은 새로 출범할 21대 국회가 떠맡아야 할 짐이 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4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일하는 국회법'에 서명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4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일하는 국회법'에 서명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 20대 국회, ‘일하는 국회법’ 통과 후 제자리걸음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현재 국회에는 두 건의 ‘일하는 국회법’이 발의돼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미래통합당 정병국 의원이 각각 지난달 11일, 이달 9일 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각 법안은 국회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의 정기적인 개최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이미 20대 국회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또한 ‘일하는 국회법’이라 불리며 국회 파행을 방지할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법안의 핵심은 각 상임위원회가 법률안 심사를 담당하는 소위원회를 둘 이상 둘 수 있도록 하고, 각 소위원회가 매달 2회 이상 개회해 정기적으로 법안을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된 뒤 국회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코리아>가 해당 법안이 시행된 지난해 7월 17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16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회 일정을 조사한 결과, 법안 취지대로 월 2회 이상 소위원회를 연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 단 한 곳뿐이었다. 기재위가 ‘일하는 국회법’ 시행 후 9개월간 개회한 법안소위는 총 21회로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3회에 해당한다. 

반면 기재위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회 횟수는 대부분 월평균 1회에도 미치지 못했다. 1회를 넘는 곳은 기재위를 비롯해 정무위·행안위·농수산위·산자위 등 5곳 뿐이었으며, 전체 평균은 0.8회에 불과했다. 특히 문체위의 경우 9개월간 단 한 차례 법안심사소위를 열었는데, 문체위가 20대 국회 임기 동안 연 법안심사소위는 이를 포함해 총 5회에 불과하다. 

김무성(왼쪽부터), 정병국, 원혜영, 이석현 등 여야 중진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무성(왼쪽부터), 정병국, 원혜영, 이석현 등 여야 중진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새롭게 바뀐 ‘일하는 국회법’, 21대 국회 달라질까?

하지만 해당 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국회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하는 국회법’에 규정된 ‘월 2회 법안소위 개회’라는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해당 법안에 국회의원의 회의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법안소위를 정례화하더라도 불출석한 의원에 대한 징계 조항이 없는 한, 국회 파행으로 인한 법안 적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새롭게 발의된 ‘일하는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의 법안소위 출석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포함됐을까? 정병국 의원안과 박주민 의원안은 둘 다 법안소위를 매주 1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법안소위에 불출석한 의원에 대한 징계 규정은 박주민 의원안에만 포함돼있다. 

박주민 의원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연간 총 회의일수의 10% 이상 불출석한 국회의원에 대해 세비 삭감 및 출석정지 등의 징계를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불출석율이 10~20%인 경우에는 30일 이하의 출석정지 징계를 처분할 수 있으며, 20~30%는 60일 이하, 30% 이상은 60일 이상의 출석정지도 가능하다. 또한,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의 종류에 6개월간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등의 지급정지도 추가했다. 

법안 심사를 강제하기 위한 규정이 추가된 만큼 새로 발의된 ‘일하는 국회법’은 21대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개혁 입법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20대 국회 임기 내에 ‘일하는 국회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 달 안에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해당 법안이 20대 국회 임기 만료 전 처리되지 못하더라도 21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새로 시작될 21대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혹평을 받은 20대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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