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

 

화신풍(花信風) 종점인 곡우에  단비가 내린다. 빗소리를 영접한다. 상쾌하고 시원하다. 부드럽고 감미롭다. 빗소리는 아린 정적을 깨우고 촉촉함을 안기어온다. 비는 하늘과 땅의 만남이다. 하늘과 땅의 교우이다. 땅이 하늘을 영접하는 소리에 몸도 마음도 평온하다. “곡우(穀雨)에 비가 오면 풍년이 온다”라는 말처럼 풍년 예감에 안도하니 여유롭고 평화롭다. 만뢰는 빗소리로 가득하다.  

하얀 솜털에 붉은빛을 토하는 꽃무리가 있다. 외롭고 슬프면서 애잔한 꽃이다. 한국적인 한(恨)과 정서를 가진 친숙한 꽃이고, 고향의 향수 속에 동심으로 이끄는 ‘할미꽃’이다.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년초로 노고초(老姑草), 백두옹(白頭翁) 이라고도 한다. 늙은 시어머니 풀이고, 흰머리의 노인이다. 꽃 목이 할머니처럼 꼬부라져서 피고, 꽃이 질 때 노인의 흰머리처럼 된다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할미꽃.
할미꽃.

 

대한민국특산종으로 4종이 서식한다. 학명은 풀사틸라 코리아나 나카이(Pulsatilla Koreana Nakai)로 명명자 나까이는 일본 식물학자로 대한민국 식물 조사와 수탈을 자행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특산종에 일본인 이름이 있다니 분하고 통탄한 일이다. 그러나 강원도 동강에 서식하는 동강할미꽃 학명은 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T.C.Lee 로 동강이라는 지명과 이영노박사, 이택주원장이 명명자로 되어있어 다행이다.

할미꽃은 적자색에 허리가 꼬부라진 데 반해 동강할미꽃은 동강의 석회질의 바위틈에서 하늘을 향해 보라색에 노란 꽃술을 보이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산업화되기 전에는 양지바른 야산에 할미꽃이 지천 이였다. 친구들과 놀 때는 꽃을 꺾어서 가지고 놀고, 하얀 솜털을 불면서 노는 장난감 이였다. 기후변화로 할미꽃이 개체수가 감소했다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예전에는 퇴비로 풀들이 자라기만 하면 베어가니 할미꽃 종자가 날아와 발아되고 성장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종자가 발아되어도 장마기에 풀이 우점 되어 자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할미꽃
할미꽃

 

생약명은 ‘백두옹(白頭翁)’으로 뿌리가 독초이지만 만성위염, 이질, 두통 등에 사용한다. 충남대 안병준 교수 등이 할미꽃뿌리에서 사포닌D를 추출하여 개발한 천연항암제인 ‘SB주사제’가 폐암, 간암에 암세포 사멸효과 입증되어 주목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유럽에서 임상실험을 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전설이 슬프다. 할머니가 어렵게 세 손녀를 키워서 모두 시집을 보냈다. 시집간 세 손녀 집을 번갈아 다니면서 사시던 할머니가 눈치가 보여 부담주기 싫은 마음에 방황하다 길에서 돌아가신 슬픈 전설에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지금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할미꽃솜털.
할미꽃솜털.

 

당당하고 멋진 이야기도 있다. 꽃을 의인화해서 현실을 풍자한 설화로 신라 31대 선문왕 때 설총이 지은 ‘화왕계(花王戒)’이다. 꽃 중의 왕인 모란에게 간신인 장미가 미모와 요염함으로 아첨하자 모란왕은 장미를 총애한다. 할미꽃인 백두옹은 대도의 호연지기와 능력으로서 충언하여 모란왕의 잘못을 깨우치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요염한 장미와 호연지기 할미꽃을 잘 비교했고, 특성을 파악해 잘 비교 하였다. 간사하고 아첨하는 간신을 멀리하고, 정직하고 사심이 없는 충신을 가까이 하라는 요지로 요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아니 명심해야할 핵심이다. 아첨꾼은 “입으로는 꿀처럼 달콤한 말을 하면서 뱃속 마음으로는 칼을 품고 해치려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이기 때문이다. 

꽃말이 ‘슬픈 추억’ ‘사랑의 굴레’이다. 할머니 모습으로 피는 꽃을 보니 늙는다는 것이 서럽고 아쉬워 슬픈 추억이 되나 보다.  “어찌 하오. 구부러진 꽃송이에 하얀 솜털을 안으신 당신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소 이다” “어찌 하오리오. 흰머리의 애처로운 풍상과 세월의 무상함을 원망해도 소용이 없소 이다” 지식과 정보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그러나 슬기로운 지혜와 빛나는 예지는 없다. 노인에게 지혜를 배워서 지혜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 어버이날에 할미꽃을 생각하여본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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