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 27일 두산그룹이 제출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자구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13일 두산그룹이 제출한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제출받았으나, 1조원 규모의 긴급자금지원 및 외화채 6000억원의 대출전환 등 1조6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것에 비해 내용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두산그룹이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수정·보완된 최종안이 결국 채권단의 인정을 받은 만큼, 처음 제출한 자구안에 비해 채권단 요구를 반영한 강도 높은 대책이 추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이 제출한 최종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채권단의 발언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채권단은 27일 “이번 자구안은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계열주 및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단의 평가를 감안하면, 최종안에는 기존 자구안에 포함된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외에도,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 확대 및 두산중공업 사업개편 등의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두산그룹은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및 ㈜두산의 참여를 통한 대규모 유상증자로 두산중공업 회생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그룹의 재무구조가 위태로운 만큼,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 및 상여금 지급도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부터 논의됐던 알짜 계열사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은 최종안에 포함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 보유 지분 51%를 매각할 경우 약 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부실의 핵심인 두산건설을 비롯해 두산퓨얼셀, 두산메카텍, 두산큐벡스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산건설의 경우 중견 건설회사에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발채무 문제 등 리스크가 커 분리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도 ㈜두산이 보유한 동대문 두산타워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 소유의 부동산도 매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두산그룹은 석탄발전 위주의 두산중공업 사업구조도 과감하게 개편할 방침이다. 두산은 “미래 혁신기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두 분야를 사업 재편의 큰 축으로 세웠다”고 밝혔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한국형 가스터빈의 독자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최종 자구안에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의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두산중공업을 사업·투자부문으로 분리한 뒤, 그룹의 캐시카우로 알려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지분을 투자부문에 몰아주는 것이다. 이후 인프라코어·밥캣을 거느린 투자부문을 ㈜두산과 합병해 핵심 계열사를 지키면서, 유동성 위기의 핵심인 두산중공업-두산건설을 분리해 리스크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한편, 채권단은 “자구안의 차질 없는 이행이 전제된다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8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원한 자금 1조6000억원을 더하면 국책은행이 두산에 투입한 자금은 총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의 차입금 규모는 총 4조2000억원.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위기극복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채권단의 지원도 향후 부채로 남게 되는 만큼,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얼마나 신속하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회생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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