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DLF·라임 사태를 방관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뒷북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금융당국, 운용사·판매사 내부통제 강화

지난 26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14일 발표한 제도개선안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보완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운용사 및 판매사의 내부통제 및 관리 책임 강화 ▲사전 예방을 위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강화 ▲ 고위험 사모펀드 관련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운용 자산 규모가 2000억원 이상인 운용사의 경우 내부통제·위험관리 이행 내역을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자산총액이 500억원을 넘거나, 자산총액이 300억~500억원이면서 6개월 내 집합투자증권을 추가발행한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외부감사가 의무화된다. 

이번 최종안에는 적격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의 환매가 연기될 경우, 운용사가 3개월 안에 집합투자자총회를 열고 환매대금 지급시기와 방법, 추가 환매연기 기간 등의 사항을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운용사의 손해배상책임 능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최소유지자본금 7억원만 적립하면 됐지만, 향후에는 수탁고이 비례해 0.03%를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비상장주식 및 출자금, 주식관련사채(CB, BW 등) 및 일반사모사채, 대출채권 등 시가가 없는 비시장성 자산이 사모펀드에 편입될 때 공정가액 평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자전거래 규모 또한 직전 3개월간 평균수탁고의 20%로 제한하고, 투자자 전원이 동의한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판매사 또한 펀드 판매 전 투자설명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판매 후에도 투자설명자료에 따라 펀드가 운용되는지 점검하도록 의무화했다. 만약 펀드 운용에 문제가 발견되면 판매사는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불응 시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감독·검사도 한층 강화된다. 우선 사모펀드 영업보고서 기재 내용을 대폭 보강하고 제출 주기도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해 상시 현황파악이 가능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또한, 자본금 유지조건(7억원) 미달하는 등 부실 전문사모운용사를 검사·제재심 등의 절차 없이 신속하게 퇴출할 수 있도록 ‘등록말소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 뒷북 대책, 실효성 있나?

금융당국의 대책을 두고 금융업계는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사고 재발을 위해 필요했던 조치지만, 이미 라임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된 상황에서 너무 뒤늦은 조치가 아니냐는 것.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나 21일 기준 사모펀드와 관련해 접수된 분쟁조정은 총 622건, 분쟁조정 대상이 된 펀드는 8개다. 이중 라임 펀드 관련 민원이 484건으로 78% 가량을 차지한다. 이미 만기가 1년 지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과 관련된 분쟁조정 신청도 4건이 접수됐다. 

분쟁조정이 접수된 부실 사모펀드의 판매 규모도 2조5495억원으로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아직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환매가 중단된 알펜루타자산운용의 사모펀드까지 더하면 규모는 2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수익에 집착해 고위험을 감수한 부실 사모펀드의 문제는 이미 지난 2015년 모험자본을 육성한다며 투자자 보호장치 없이 사모펀드 규제를 풀면서 시작됐다. 빗장이 열리자 두 자릿수였던 자산운용사 수는 2019년말 292개로 폭증했고, 제대로 된 내부통제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운용사들이 앞다퉈 고위험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리스크가 확산됐다는 것. 

관리·감독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금융당국이 뒤늦게나마 대책을 마련했지만 그마저도 구체성이 부족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금융당국은 판매사에게 운용사를 견제할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판매사의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다. 

실제 최종안에는 “판매사는 판매 전 단계에서 투자설명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판매 후에는 펀드가 투자설명자료상 나타난 투자전략 및 자산운용 방법에 맞게 운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판매사가 직접 운용사의 부적절한 펀드 운용을 견제하도록 점검 의무를 부과한 것. 

하지만, 해당 문구에는 판매사가 운용사에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있지 않다. 예를 들어 판매사가 펀드의 운용 내역이나 기한, 투자자산 및 운용전략 등에 대해 공개해달라고 해도 운용사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 근거가 없다는 것. 투자 포트폴리오의 공개 여부도 정해지지 않아, 판매사가 실제로 운용사를 견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한편 금융당국은 “법령 개정이 불필요한 사항은 최대한 조속히 시행하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오는 2분기 중 입법예고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법령 개정이 필요하더라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이행이 필요한 사항은, 개정 전까지 감독행정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부실 사모펀드 대책이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존 규정의 빈틈을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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