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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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원유시장에 몰려들자, 한국거래소가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국거래소는 22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상장지수증권(ETN)과 관련해 기초자산 가격이 50% 이상 하락하면 지표가치가 ‘0’원이 돼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등 2개 종목에 대해 이날 장 종료시까지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23~24일 이틀간 매매거래를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매매거래는 오는 27일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재개할 방침이다. 

거래소가 이례적으로 원유선물 ETN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원유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유 관련 ETN 및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대금은 무려 1조16억원으로 전일 대비 55.5%나 급증했다. 이는 코스피시장 거래금액(13조6689억원)의 7.3%로, 유가 관련 상품의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유례없는 폭락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이 원유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 5월물은 이미 하루 전인 20일 –37.63달러로 거래를 종료했다. 원유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인수하기보다 대거 6월물로 갈아타면서 시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락한 것.

국제유가가 과거 암호화폐 시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급격한 변동폭을 보이자, 소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한탕’을 노리고 원유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원유선물 가격은 급락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자 원유선물 ETN·ETF의 괴리율(기초지표 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도 수백퍼센트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실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의 경우 이날 오후 한때 괴리율이 900%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정상적인 기초자산 가치에 비해 9배 이상 비싼 가격에 ETN이 거래되고 있다는 것.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9일 ‘WTI원유선물 관련 ETN 괴리율 안정화 대책’을 시행한 바 있으나, 여전히 관련 종목의 괴리율이 확대되자 이례적으로 ‘전액 손실’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거래소는 오는 27일에도 관련 종목의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매매거래정지를 추가 연장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이미 매매거래정지 중인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및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재개는 별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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