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기재부 '축소' 선진국 '확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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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기재부 '축소' 선진국 '확대' 왜?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4.22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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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운동 일환으로 서울-세종간 영상을 통해 확대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운동 일환으로 서울-세종간 영상을 통해 확대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당정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당초 계획대로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 경제학자 "기재부 재정건정성에만 집착"

기재부가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이미 기존 정부 지출을 구조조정해 필요 예산을 짜냈기 때문에 추가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방법은 국채 발행뿐인데 코로나19로 불투명한 경제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재정여력을 비축하려는 기재부 입장에서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부담스럽다는 것.

정부안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소요 비용은 총 9조7000억원으로 이중 지자체가 부담하는 2조1000억원을 제하면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기존 기금재원(1조2000억원)을 활용하는 한편, 공공시설 공사 및 개도국 대상 차관에 쓰일 예산을 끌어오고 공공부문 인건비 및 군·경 유류비까지 절감하는 등 기존 지출을 줄여 국채 발행 없이 필요 예산을 마련했다.

만약 민주당 주장대로 지급규모를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필요 예산은 대략 14조원까지 증가한다. 정부와 지자체 부담이 동일하게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3조원. 이미 기존 정부 지출을 최대한 구조조정해 짜낸 예산이 6조4000억원임을 고려할 때, 추가로 3조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100% 지급안’ 시행을 위해서는 3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미 1차 추경을 통해 10조3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는 것. 2차 추경에서 3조원의 국채가 추가로 발행될 경우, 3차 추경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추가로 국채를 발행할 여유도 줄어들 수 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앞서 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 편성의 여파로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1.2%에 해당하는 규모로 추경 편성 이전(39.8%) 대비 1.4%p 늘어난 것이다. 3조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경우 국가채무는 818조5000억원(GDP 대비 41.3%)으로 늘어나게 된다. 

2차 추경관련 본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정부의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2차 추경관련 본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정부의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 코로나19 재정정책, 선진국은 얼마나 쓰나?

반면 적자국채 발행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기우일 뿐이라는 반대의견도 나온다.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는 지난 2일 SBS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재정건전성이 압도적으로 좋은 나라인데 (재정 지출을) 너무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며 “재난 극복 효과는 (재정지출의) 규모에 비례하는데 (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출하는 재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주요국의 재정 및 통화금융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10.4%), 싱가포르(7.9%) 일본(7.1%) 등이 GDP 대비 재정지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2.9%), 프랑스(1.9%), 독일(1.8%) 등은 상대적으로 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가 작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난 1차 추경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지출은 약 16조5000억원으로 2019년 GDP 대비 0.9%에 불과하다. 보고서에 거론된 국가 중 가장 보수적으로 재정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독일보다도 낮은 수치다. 

GDP 대비 현금지원 비율도 미국·일본에 비해 낮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3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이 현금지급 규모는 각각 2900억 달러, 4조엔으로 추산된다. 2019년 기준 각국 GDP와 비교하면 각각 1.4%, 0.7%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 예산 9.7조원은 2019년 GDP(1914조원) 대비 0.5% 수준이다. 만약 100% 지급이 결정돼 3조원을 추가로 지출하게 되면 일본과 비슷한 0.7%까지 상승한다. 

주요국의 코로나19 대응 현금지원 사례.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주요국의 코로나19 대응 현금지원 사례. 자료=국회예산정책처

◇ 독일은 국채 209조원 발행, 재정 확대

한국이 유독 재정건전성이 나빠서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것일까?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월드 이코노믹 아웃룩’에 따르면, OECD 35개국 중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231.13%)이었으며 미국도 104.26%로 5위를 차지했다. 프랑스(98.39%, 7위)와 독일(61.69%, 15위)도 한국(37.92%, 26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국가부채 비율을 기록했다. 현재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41.2%까지 상승했지만, 아직도 OECD 평균(약 110%)의 절반보다 낮은 수준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1일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서 “그동안 우리 기재부 경제관료들이 재정건전성을 이렇게까지 유지해온 것은 정말 잘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이다”라며 “법으로 국채를 관리하고 재정건전성을 관리를 하고 있는 독일도 1천억 유로가 넘는 국채를 발행하는데, 우리는 훨씬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독일 정부는 지난달 27일 독일 연방상원을 통과한 추경 예산 1560억 유로(약 209조원)를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본예산에서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한 재원(10억3000만 유로)의 150배가 넘는 규모다. 통일 이후 보수적인 균형재정정책을 펴온 독일이지만 코로나19라는 급박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기존의 재정정책 기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물론 한국의 사정을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이나 국가경제 규모가 큰 독일·일본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재정지출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와 관련 강남훈 교수는 “정부가 너무 단기적인 재정건전성에 집착하고 있다”며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으면, 세수가 더 들어오게 돼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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