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뉴시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뉴시스

IBK기업은행이 판매한 고위험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으로 윤종원 행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 행장은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며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피해자들 “기업은행, 불완전판매 책임져야”

앞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지난해 약 1800억원 규모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투자금의 운용을 맡은 미국 DLI 대표가 사기 혐의로 고발되면서 자산이 동결됐기 때문. 해당 상품을 판매한 기업은행은 현재 투자자 200여명에게 695억원의 투자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펀드의 만기는 지난해 4월 25일로, 투자자들은 1년째 수익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이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해당 상품의 위험 등급은 6등급 중 1등급으로 매우 높지만, 기대 수익은 연 3% 수준이다.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이 해당 상품을 손실 위험이 적고 안정적인 펀드라고 안내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기업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 중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미래한국당 김종석 의원(정무위)이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규모는 약 5843억원으로 2위 교보증권(4971억원)보다 약 900억원 많다. 대기업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220억원)이나 기업은행 관계사인 IBK투자증권(782억원)의 판매액을 합쳐도 디스커버리 판매 규모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2017년 4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한 신생 운용사다. 김 의원은 신생 업체가 대형 금융사를 제치고 기업은행 사모펀드 판매액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대표는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 장하원씨다. 

◇ 라임 펀드도 손실, 보상 여부에 침묵

기업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 중 환매가 중단된 것은 디스커버리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약 600억원 규모의 ‘라임레포플러스 9M’ 펀드를 판매했는데, 이 펀드에는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FI D-1호’가 44% 비중으로 편입돼있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라임 플루토FI D-1호’의 손실율은 약 47%. 기업은행은 해당 펀드에 편입된 300억원 중 절반은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절반의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다른 판매사들이 해당 펀드의 문제를 파악하고 판매를 중단한 뒤인 지난해 6월 말부터 판매를 시작했다가 뒤늦게 중단했다. 

라임·디스커버리의 연이은 환매 중단으로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 투자위험이 높은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내부통제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취임 100일째를 지난 윤종원 행장에 대한 평가도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종원 행장은 취임 100일째인 지난 12일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운용사를 수시로 방문해 지급유예 상황, 피해소지 등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진행상황을 고객에게 본점에서 직접 수시로 안내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전무이사를 단장으로 하는 '투자상품 전행 대응 TF'를 구성해 정보 신속제공, 법률검토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고객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