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뉴시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뉴시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연이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가 제2의 ‘라임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디스커버리, 연이은 환매 연기 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지난해 1800억원 규모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달 추가로 1000억원 규모의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 펀드 및 ‘US부동산선순위채권’ 펀드의 환매를 연기했다. 

특히, 핀테크 펀드의 경우, 만기가 이미 지났음에도 투자한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속을 끓이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펀드의 주요 판매사 중 한 곳인 IBK기업은행은 만기가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약 200명의 투자자에게 695억원의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한 상태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기획한 핀테크 펀드는 기업은행 등 국내 판매사가 모집한 투자금을 미국의 다이렉트렌딩인베스트먼트(Direct Lending Investments, LLC)가 운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DLI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 자산 가치를 허위로 보고한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됐다. DLI가 SEC에 의해 고발을 당하면서 자산이 동결돼 국내 투자자들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 DLI 손실률 25~60%, 제2의 '라임 사태' 우려도

아직 DLI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비율은 추정해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DLI 펀드 투자자들이 DLI와 브랜든 로스 전 DLI 대표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장에 따르면 DLI의 투자처 중 한 곳인 VOIP 가디언 파트너스의 파산으로 인해 약 1억9130만 달러의 투자 및 대여금이 회수 불가능하게 됐다. 이는 DLI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약 25%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문제는 손실 규모가 더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DLI의 손실률이 6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1일, 법정 관리 중인 DLI가 자산의 40% 이상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현지 언론의 예상대로라면 제2의 라임 사태에 준하는 손실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환매가 중단된 2개 펀드의 예상 회수금은 장부가액(1조5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약 5400억원에 달한다. 

사태가 악화되자 투자자들은 국내 판매사들을 상대로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실제 지난 7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핀테크 펀드 투자자 30여명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불완전판매에 대해 책임지고 원금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해당 펀드가 투자위험등급 1등급의 고위험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이 마치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안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집단소송 결과에 주목

만약 손실이 확정되고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국내 판매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배상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DLF 사태의 경우,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각각 40~80%, 40~65% 수준의 배상비율을 권고했다. 투자자 본인 책임의 정도를 따져 배상비율이 다르게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원금 전체를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원이 이번 사태를 ‘사기’로 판단할 경우, 해당 펀드의 투자 계약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투자자들이 DLI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DLI와 로스 전 대표에게 대해 제기한 혐의는 유한책임사원계약 위반,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사기 등이다. 미국 법원이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환매 중단된 펀드가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논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난 12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면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은행은 투자상품의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운용사를 수시로 방문해 지급유예 상황, 피해소지 등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진행상황을 고객에게 본점에서 직접 수시로 안내하고 협의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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