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고.
산자고.

 

하얀 별꽃이 찬란한 햇빛과 눈 맞춤하고 있다. 따스한 봄빛에 고혹적인 자태를 바람결에 따라 사뿐 사뿐 춤추는 봄 처녀를 만났다.

풍경은 제자리인데 내 마음만 분주히 오고 간다. 내 마음만 요란하게 움직이고, 시시각각 수시로 변한다. 꽃들에게서 사색의 영감을 얻고 야생화에서 강한 야성을 얻어 본다.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우며 잠시 눈길 주며 만난 토종 튤립인 ‘산자고’이다. 

논두렁이나 야산에 군락을 이루고 서식한다. 선율을 타고 안겨지는 꽃송이가 볼륨감이 넘친다. 꽃 색이 선명하고, 펼쳐진 꽃무리가 옹골지고 당차다. 곡선이 어우라진 자태와 화사한 색채를 보니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아름다움은 햇빛을 타고서 하늘로 퍼져갔다. 그리고 마음으로 자리 잡았다.

산자고.
산자고.

 

백합과의 산자고(山慈姑)는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이지만 의문점이 많다. 1930년대까지는 ‘까치무릇’ 이라고 했다. 정태현의 조선식물향명집(1937)에서 ‘산자고(山慈姑)’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 하였다. 생약명인 산에서 사는 자고라는 뜻을 그대로 이름으로 등재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박만규선생의 우리나라식물명감(1949)에서 ‘물구’라고 하였다. 물구는 ‘무릇’을 말하는데 잎이 무릇과 비슷하지만 꽃잎이 알록달록 무늬가 있어서 까치무릇 이라고 한다. 까치는 반갑다와 작다는 뜻도 있다. 얼레지를 가재무릇, 중의무릇을 애기물구지, 석산을 꽃무릇이라고 부른다. 정리하면, 무릇과 비슷하지만 식물체의 초장과, 비늘줄기가 작아서 이렇게 곱고 예쁜 이름이 되었던 것이다. 학명은 Tulipa edulis (Miq.) Baker. 이다. 속명 튤리파(Tulipa)는 꽃의 모양이 ‘두건을 닮았다’는 뜻이고, 종명 에듈리스(edulis)는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영어명은 에더블 튤립(edible tulip) 으로 먹을 수 있는 튤립 이라고 한다.

산자고 피기전 모습.
산자고 피기전 모습.

 

꽃잎 안쪽은 흰색, 바깥쪽은 줄무늬가 매혹적이다. 꽃은 얼레지처럼 사랑의 온도가 되어야 꽃잎이 열린다. 따스한 햇빛과 기온이 꽃 대문을 열리게 하는 열쇠이다. 찬란한 햇빛을 받으면 꽃잎이 펼쳐져서 꽃잎이 별모양이 된다. 밤에는 꽃잎을 닫는다. 낮과 밤이 다른 모습이다. 햇빛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른 꽃이다. 햇빛과 온도에 감응하고, 조건에 따라서 꽃잎을 열고 닫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자손번식을 위한 전략이다. 

꽃 개폐의 접점이 어디인지 온도와 빛의 세기는 밝혀진 것이 없다. 키는 30cm 정도까지 자라며 꽃잎은 6장으로 이루어져 꽃가루받이를 확실하고, 충분히 하려 주황색 꽃밥이 있는 수술은 6개 가운데 3개는 길고 3개는 짧다. 줄기는 길고 약하며 가녀린 꽃대에 꽃의 크기가 커서 부끄러운 듯 땅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소박한 색채지만 초라하지 않고, 여린 줄기지만 나약하지 않다. 잡초사이에서 외떡잎이 올라와 꽃이 피는 모습은 봄의 역동과 소생의 기쁨을 안겨 준다. 

산자고 만개 모습.
산자고 만개 모습.

 

종자가 형성될 즈음 비늘줄기를 캐서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이 산자고(山慈姑)이다. 목구멍이 붓고 아픈데, 가래를 삭인다. 혈액순환 촉진과 뭉친 것을 풀어 주는 효능이 있어 타박상, 임파선염, 종기 치료한다. 뱀과 벌레 물린 데에 비늘줄기를 짓찧어서 붙인다. 불에 구워 먹거나 말린 것을 달여 마시는 등 민초들의 벗이요 약초였다.

꽃말이 ‘봄 처녀’로 예쁘고 사랑스럽다. 까치, 까치의 반가운 꽃이다. 봄 처녀의 노래를 듣고 싶다. 청아하고 싱그러운 운율에 마음을 열고 따라 불러본다. 마음이 잔잔하고 편안하다. 수줍은 봄 처녀 같은 여린 산자고 꽃의 따스한 사랑을 받아보자. 서로 따스한 말과 따스한 정과 사랑을 모아서 봄 처녀의 마음을 열듯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꽃을 피워보자.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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