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은 가라’ 공공 배달앱 개발 나섰지만 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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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은 가라’ 공공 배달앱 개발 나섰지만 난제 수두룩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4.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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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가 지난달 13일 출시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 화면. 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군산시가 지난달 13일 출시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 화면. 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경쟁의 자유를 지나치게 존중하다 보면, 과도한 부의 집중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에 대한 착취와 수탈이 일상화될 수 있다”

지난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공배달앱(App) 개발 계획을 밝히며, ‘억강부약(抑強扶弱)’을 취지로 내세웠다. 배달앱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려 시도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억제하고,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유리한 대안적 배달앱을 운영하겠다는 것. 

배민은 지난 1일 기존 정액제에서 결제금액의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로 요금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수수료 총액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요금체계를 개편하려 했기 때문. 게다가 배민은 정액제를 유지하는 업체의 광고를 찾기 힘든 위치로 옮겼다고 비난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6일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요금체계를 보완하고 4월 수수료의 절반을 환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순항 중인 ‘배달의명수’, 지자체 롤모델 부상

김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배민의 독점적 지위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배민과 경쟁할 새로운 배달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군산시가 지난달 13일 출시한 국내 최초의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다. 

군산시가 아람솔루션을 개발·운영사로 선정해 출시한 ‘배달의명수’는 이용수수료와 광고료가 없어 자영업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군산시는 가맹당 월 평균 25만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민간 배달앱에서는 받지 않는 지역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으며, 결제 시 1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이처럼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 설계된 ‘배달의명수’는 지난 5일까지 23일간 주문 6937건, 매출 1억6600만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가입한 군산시민 또한 첫날 5138명에서 5일 기준 2만3549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른 지자체도 배민 사태의 영향으로 ‘배달의명수’와 유사한 공공배달앱 개발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6일 민간전문가 및 관련 산하기관, 사회적경제 담당 공무원 등 민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부산, 수원, 춘천 등 약 30개의 지자체가 ‘배달의명수’ 운영을 맡은 아람솔루션에 공공배달앱 개발 관련 문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행정안전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앱 중 절반이 성과 미달로 폐기 판정을 받았다. 자료=행정안전부

◇ 지자체 공공앱, 지난해 10개 중 5개 폐기

‘배달의명수’의 초반 선전과 이재명 지사의 배달앱 개발 선언으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공배달앱이 넘어야할 산은 결코 낮지 않다. 이는 ‘배달의명수’ 이전에 출시됐던 다양한 공공앱의 사례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공공앱 715개 중 성과측정 기준을 충족시켜 ‘유지’ 판정을 받은 앱은 겨우 357개(49.9%)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은 기준 미달로 개선(124개, 17.3%) 및 폐기(234건, 32.7%) 결정이 내려졌다. 한 해 공공앱 10개 중 3개가 폐기처분되는 셈이다. 

지자체가 개발한 공공앱은 상황이 더 나쁘다. 지난해 지자체 공공앱 322개 중 불과 98개(30.4%)가 성과측정 기준을 넘어섰을 뿐이며, 개선(70개, 21.7%) 및 폐기(154개, 47.8%) 등 기준 미달인 앱이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코레일톡' 앱 화면. 대체 가능한 민간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코레일톡' 앱 화면. 대체 가능한 민간서비스가 없어 높은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 공공앱, 차별화가 관건

지자체 공공앱이 매년 절반 가까이 폐기되며 불안정하게 운영되는 이유는 ▲민간 앱 대비 차별화된 장점 부족 ▲지속가능한 구조 개발 실패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자체 앱을 누적 다운로드 수로 나열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대여 앱 ‘따릉이’가 2019년 기준 210만건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는 ‘경기버스정보’(171만건), ‘tbs앱’(100만건), ‘서울대공원’(100만건) 등의 순이다. 이들 상위권 공공앱의 공통점은 대체가능한 민간 앱이 없거나, 민간 앱에 비해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앱이 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체 공공앱 중 가장 다운로드 수가 많았던 앱은 국토교통부의 ‘코레일톡’(1591만건)과 ‘고속도로 교통정보’(1150만건)였다. KTX 예매에 활용되는 ‘코레일톡’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 앱이 없다. ‘고속도로 교통정보’의 경우, 빠른 경로 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앱 등 대체 재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시간 CCTV 영상 등 민간앱에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공공배달앱의 문제는 ‘코레일톡’과는 달리 오랜 노하우와 다수의 가맹점·가입자를 보유한 ‘배달의민족’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승인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공공배달앱은 장기적으로 배민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배달의명수’는 지역상품권 결제 시 10% 할인 등 소비자를 유인할 정책을 펴고 있지만, 향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익숙한 배민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배달앱 개발을 추진 중인 다른 지자체도 출시만 서두르다 차별화에 실패한다면,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당초의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듣게 될 수 있다. 

사진=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 앱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관련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 공공배달앱, 지속가능한 구조 갖춰야

공공배달앱에 풀어야 할 다른 숙제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공공앱은 대체로 수익 창출보다는 공공의 이익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기 때문에,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 지원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앱의 경우, 활용도가 저조하면 유지할 명분도 사라진다는 점이다. 세금을 투여해 행정안전부가 매년 공공앱의 성과를 측정해 기준미달일 경우 폐기 결정을 내리는 이유 또한, 비효율적인 공공앱을 방치할 경우 재정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는 택시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지브로를 출시했지만 이용실적이 저조해 1년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2019년에는 약 3000만원을 들여 지브로를 업그레이드한 S택시를 출시했으나 역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군산시가 운영 중인 ‘배달의명수’는 앱 제작에 1억3000만원, 유지에 1억8000만원, 홍보에 3000만원 등 총 3억7000만원의 개발비가 사용됐다.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공공배달앱 유지에 매년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배달의명수처럼 지역경제 활성화에 뚜렷한 기여를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세금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민간서비스와의 경쟁구도에서 공공배달앱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며, 지자체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도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지역 내에서 다양한 배달플랫폼이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직접 공공배달앱을 운영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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