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6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6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신규 확진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7일 신규 확진자 수는 6일과 마찬가지로 47명.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이틀간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반장은 “지난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한 국민 여러분과 확진 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한 의료진 덕분”이라면서도, 아직 긴장의 끈을 늦출 때는 아니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수도권, 신규 확진자 꾸준히 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방역당국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수도권 때문이다. 윤 반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다수의 감염이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단할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수도권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지난 이틀간을 제외하면 최근 한 달간 매일 15~20명의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이는 초기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지난 일주일간 전국 신규 확진자 수는 545명 증가했는데, 이중 서울이 117명(21.5%), 경기도가 114명(20.9%)으로 수도권이 전체의 42.4%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의 신규 확진자 수(127명, 23.3%)는 수도권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자칫 수도권에서 코로나19 2차 유행이 발생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서울·경기지역에 가장 많은 2000만 인구가 몰려 있다. 신천지가 끝난 시점부터 (수도권에서) 점진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패턴이 보인다”며 “수도권이 폭발 직전인 ‘티핑포인트’에 다다른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구와 서울의 신규 및 누적 확진자 추이(7일 기준). 자료=질병관리본부
대구와 서울의 신규 및 누적 확진자 추이(7일 기준). 자료=질병관리본부

◇ 코로나19 해외유입 확진자 70%가 수도권 거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는 단순히 인구가 밀집했기 때문은 아니다. 최근 신규 확진자 감염 경로의 다수를 차지하는 ‘해외 유입’과 ‘병원 및 요양병원’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다는 사실이 의료계가 만약의 사태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 중 해외유입 및 해외유입 관련이 51%, 병원 및 요양병원이 28%로 전체의 79%를 차지한다. 반면, 초기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신천지는 현재 그 비중이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2차 확산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지목되는 해외 역유입은 사실상 수도권의 문제에 가깝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해외유입 확진자 수는 총 769명. 이중 검역단계에서 발견된 경우는 310건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엄격한 검역절차를 시행한다 해도 무증상자까지 걸러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 

지역별로 보면 해외유입 확진 사례는 사실상 수도권만의 문제에 가깝다. 서울은 가장 많은 187명으로 지역사회에서 발견된 해외유입 사례(459명)의 40.7%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또한 122명(26.6%)으로, 해외유입 확진자 10명 중 7명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셈이다. 반면, 신천지로 인한 집단감염이 심각했던 대구·경북은 각각 11명, 9명에 그쳤다. 

최근 2주간 코로나19 확진자별 감염경로. 자료=질병관리본부
최근 2주간 코로나19 확진자별 감염경로. 자료=질병관리본부

◇ 전국 요양기관 30~40% 수도권 위치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대형교회 등 집단감염 위험이 큰 시설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특히,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기저질환 보유자가 집단 거주하고 있는 요양병원은 자칫 방역망이 뚫릴 경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장소다. 대구에서도 요양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초기 코로나19 확산속도를 늦추는 데 애를 먹었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요양병원 수는 총 1577개.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45개로 가장 많고, 부산 190개, 경남 145개, 서울 124개의 순이다. 단순 숫자로만 보면 수도권과 경남권에서 코로나19 2차 확산이 일어날 위험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양시설까지 따지면 이야기가 다르다. 요양원을 비롯해 입소 정원이 9명 이하인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까지 포함한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수도권 집중 경향이 더욱 뚜렷하기 때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말 기준 전국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총 5287개로 이중 31.8%에 해당하는 1681개가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다. 서울 또한 512개(9.7%)로 전체 요양시설의 40%가 수도권에 밀집돼있는 셈이다.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비중이 수도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구·경북이 집단감염 문제로 곤란을 겪은 것을 고려하면, 섣부르게 방역조치를 완화할 경우 수도권이 화약고로 변할 위험도 있다. 

2018년 기준 시도별 노인의료복지시설 현황. 자료=건강보험통계
2018년 기준 시도별 노인의료복지시설 현황. 자료=보건복지부

◇ 대형교회 10곳 중 6곳은 수도권

대형 교회 등 종교단체도 2차 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형 집회 중단을 요청하고 있지만 매주 반복되는 대형교회의 예배까지 간섭하기는 무리가 있다.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교회 및 선교원 등을 포함한 기독교단체 및 종사자 수는 총 5만6879개로 이중 서울·경기의 비중은 약 38.7%다. 특히, 종사자가 10명 이상인 기독교단체 969개 중 612개가 서울·경기에 집중돼있다. 중·대형교회 10곳 중 6곳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다는 것.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장 예배를 진행한 교회는 1914개로 전주 대비 97개 증가했다. 오는 12일 부활절이 다가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하기보다는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형교회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현장 예배가 계속될 경우 겨우 늦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기준 시도별 기독교단체 현황. 자료=통계청
2018년 기준 시도별 기독교단체 현황. 자료=통계청

◇ 사회적 거리두기 중단시 2차 확산 우려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도권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방역조치를 완화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무증상 확진자 비율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단은 곧 2차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구시에 따르면 신천지 관련 확진자 4258명 중 유증상 확진자는 1036명(24.3%)에 불과한 반면, 무증상 확진자는 무려 3222명(75.7%)이었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 4명 중 3명이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로 돌아다니면서 지역사회 감염 규모가 확대됐다는 것. 

게다가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후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도 51건이나 발생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며 “격리 해제 뒤 상당히 짧은 기간에 다시 양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재감염보다는 재활성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곧 역학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증상을 쉽게 판별하기 어렵고 재확진 우려도 있는 만큼, 당분간 정부도 방역조치의 강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수도권 신규 확진 추이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이달 19일까지 예정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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