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시민이 2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삼거리에서 길을 건너고 있다. 시민 뒤로 선거 현수막과 코로나19 관련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마스크를 쓴 시민이 2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삼거리에서 길을 건너고 있다. 시민 뒤로 선거 현수막과 코로나19 관련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4·15 총선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와 달리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실시되는 선거인 만큼 기존의 정치적 셈법으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정치적 논란과 사회 현안을 감염병이라는 화두가 뒤덮으면서, 현 사태가 실제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 감염 공포, 투표율 하락할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러질 이번 총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투표율’이다. 전염병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재해가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공통의 피해 경험으로 유권자의 친사회적 성향이 강화되면서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재해로 인해 투표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서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010~2011년 파키스탄을 강타한 대홍수 이후 피해지역의 투표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반면 시카고대 연구팀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1년 뒤 뉴올리언스주에서 치러진 시장 선거를 조사한 결과, 피해지역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례에 따라 재난과 투표율의 상관관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 사태라는 재해가 투표율에 미칠 영향도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다른 재해와는 달리 코로나19는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투표율 하락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다수의 인파와 몰리는 투표소의 경우 감염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함으로서 유권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 

실제 르몽드 등 프랑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진행된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기권율이 무려 5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대비 20%p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공포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막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투표율 저하를 우려해 5월 예정된 지방선거를 1년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 투표율 하락, 누구에게 유리할까?

만약 코로나19 때문에 투표율이 실제로 하락한다면 어떤 정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저조한 투표율은 진보정당에게 불리하고 보수정당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투표율이 저조할수록 진보성향이 강한 젊은층의 참여는 줄어들지만, 보수성향이 두드러진 노년층의 투표율은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 

실제 과거 총선을 살펴보면, 투표율이 높을 때 진보정당에게 유리한 선거결과가 나온 적이 많았다. 역대 최저인 46.1%의 투표율을 기록한 18대 총선(2008년)에서 한나라당은 과반 이상인 153석을 차지하며 통합민주당(81석)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젊은층은 20대 전반 32.9%, 20대 후반 24.2%, 30대 전반 31.0%, 30대 후반 39.4% 등 대체로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반면 노년층은 50대 60.3%, 60대 이상 65.5%으로 젊은층의 두 배 가까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투표율이 58%로 상승한 20대 총선(2016년)에서는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며 1석 차이로 선두를 차지했다. 당시 젊은층 투표율은 20대 전반 55.3%, 20대 후반 49.8%, 30대 전반 48.9%, 30대 후반 52.0%로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노년층은 60대 71.7%, 70대 73.3% 등으로 여전히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젊은층과의 격차가 좁혀지며 18대 총선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됐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도 과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르는 위험은 젊은층보다 노년층에게 더 크기 때문. 실제 프랑스 지방선거의 경우 감염 공포로 노년층이 대거 투표에서 기권한 것이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로 인해 투표율이 하락한다 해도, 연령대별로 고른 하락폭을 보일 경우 선거 결과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수 있다. 

◇ 코로나19, 정권심판론 대두될까?

코로나19는 그 자체로 주요 사회 현안과 정치적 쟁점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만드는 총선의 핵심 화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정권심판론이 부상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정부의 방역대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선거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는 국가적 재난이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진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당해 6월 중순 40%에서 29%로 폭락했고, 이는 이듬해 열린 20대 총선까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코로나19는 과거 메르스 사태와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3월 4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꾸준히 40% 중후반대를 유지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3월 막바지 52.5%로 반등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평가 조사에서도 긍정평가(58.4%)가 부정평가(39.9%)보다 높았다.

다만, 정부의 방역대책에 대한 평가는 정치성향이나 지지정당에 따라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실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92.5%가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미래통합당 지지자는 17.0%에 불과했다. 정부에 대한 평가가 표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 쪽으로 치우친 표심이 정부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각 여론조사 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