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소폭 감소했으나,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20 코리안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0.9%로 전년 대비 2.2%p 감소했다. 해당 조사에서 부동산 비중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는 부자들의 부동산 선호가 감소했거나, 다른 자산의 비중을 높이려고 했기 때문은 아니다. 보고서는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 ▲다주택자들의 주택매도 ▲절세를 위한 증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매매지수 증가율은 전국 –1.43%, 수도권 –0.02%로 전년과 달리 하락해, 부동산 시장 둔화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은 1.11%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8.03%에 비해 증가율이 대폭 줄어들었으며, 지방도 –2.73%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가 집중된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수도권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감소한 반면, 지방 거주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정부의 규제로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부자들은 향후 부동산을 매각하기보다는 매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경기가 어렵지만, 부동산경기 전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실물경기 전망에 대한 질문에서 긍정응답은 불과 8.7%로 부정응답(54.7%)과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향후 5년간 부동산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응답이 27.8%(부정 34.7%)로, 2016년(긍정 7.0%, 부정 56.0%) 이후 가장 긍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제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부동산을 매각했거나 매각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고 응답한 부자는 9.1%에 불과했다. 증여(4.2%), 임대사업자 등록(4.7%) 등을 포함해도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한 부자는 18% 수준. 대부분의 부자들은 부동산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를 유지(51.3%)하거나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29.7%)고 답했다.

부동산 매입 의사에 대한 질문에도 매입계획이 없거나 관망하겠다는 응답이 85.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매입했거나 매입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14.9%로 매각 의사를 밝힌 응답(9.1%)보다 5.8%p 높게 나타났다. 아직 부자들의 부동산 선호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는 것.

한편, 부자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중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48%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거주목적주택, 투자목적주택, 토지 등의 순이었다. 특히 40~50대는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높았던 반면, 60대 이상은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아 연령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고령층일수록 부동산투자로 목돈을 쥐려 하기보다는, 상업용 부동산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산별로 보면, 100억원 이상 부자들은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13%에 불과하지만, 상업용부동산 비중은 55%에 달해, 거액자산가일수록 상업용 부동산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안성학 연구위원은 “연령이나 자산규모 증가에 따른 부자들의 단계별 부동산 보유 형태는 투자목적주택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부를 축적한 후 노후준비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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