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색.
현호색.

 

복수초에서 발화된 노란 꽃은 산수유 꽃으로 번져와 황금 꽃 바다가 되었다. 어디를 보아도 황금빛이다. 코로나19로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많이들 왔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서 꽃향연을 즐기고 있다. 흰색, 검은색, 하늘색, 꽃무늬 마스크 등등 각각 다른 디자인이고, 색이로다. 얼굴에 꽃을 달고 있는 것 같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봄빛어린 얼굴은 보기가 어렵다. 서로 무서워하는 꽃 잔치의 풍경이다. 

황금빛 천지아래 귀여운 자태와 우아한 몸짓으로 피어나는 꽃이 반기여 준다. 보는 사람이 적어 외롭지만 자태는 꿋꿋하다. 봄빛 소리에 종알종알 거리며 대지에 바람결을 따라서 옹알이 하듯이 피는 현호색과의 ‘현호색’이다. 종알종알 소소한 소리와 종알종알 아가씨 수다에 종알종알 종달새 합창이 어우라진 산야에 울려 퍼진다. 

현호색.
현호색.

 

현호색(玄胡索)은 중국이름을 일본 식물학자가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서 검을 현(玄), 오랑캐 이름 호(胡), 새끼 꼬다 색(索)으로 검은색 뿌리를 가진 매듭모양으로 새싹이 돋는 북쪽지방의 식물이라는 뜻과 또 하나는 현은 하늘이고, 호는 드리우다 뜻으로 새싹이 꼬이면서 올라오는 하늘색 같은 꽃이라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두 번째 유래가 식물특성에 가깝다. 왜냐하면 하늘색은 파란색이 이지만 파란색이 진하면 검게 보인다는 의미인 것 같다.  

학명은 Corydalis remota Fisch. ex Maxim.이다. 속명 코리달리스(Corydalis)는 그리스어의 종달새라는 어원이다. 풀어보면 꽃모양이 종달새 머리의 깃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현호색 종류는 26종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꽃은 한쪽 끝은 귀여운 입술처럼 위아래로 갈라져 있다. 꽃들은 차례로 올라가면서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인다. 아니 우아한 자태로 보인다. 길쭉한 끝부분에 꿀주머니가 있다. 꽃 색이 신비스럽다. 파란 하늘색을 비롯하여 연보라색 등 전체적인 색채는 비슷비슷하지만 각기색깔의 꽃들이 함께 모여 피어있다. 

현호색.
현호색.

 

봄에 한 달 정도만 있다가 홀연히 지는 꽃이다. 아니 잎줄기도 흔적 없이 사라져서 여름, 가을, 겨울은 땅속에서 잠만 자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쁘신가. 너무나 빨리도 가버리는가” 그 연유가 궁금하다. 그 답은 생존전략과 어울림이다. 현호색과 식물들은 숲이 우거지기 전에 꽃이 피고 열매도 맺어 번식이 마무리 되어야한다. 나뭇잎이 나오면 햇빛을 보기가 어려우니 그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편안히 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가 배려하는 식물의 세계가 신비롭고 감탄스럽다.

뿌리에 노란색의 작은 덩이줄기가 있는데 지름1cm정도의 크기이다. 마치 감자모양으로 조림용 정도인데 기혈을 소통하여 피의 흐름을 좋게 하고, 복통, 치통, 타박상에 효과 있다. 주목할 것은 현호색이 함유된 ‘활명수’이다. 생명을 살리는 신비한 물이라는 활명수는 1897년 궁중선전관인 민병호 선생이 왕들이 마시던 생약비법에 서양의학을 접목하여 만든 대한민국 최초 양약이라고 한다. 122년 역사가 있는 소화제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호색.
현호색.

 

꽃이 진 후 이 덩이뿌리를 옮겨 심으면 이듬해 멋지고 우아한 꽃을 볼 수 있어 화분에 심으려면  꽃이 진 후에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꽃이 지면 잎줄기가 고사되어 없으니 관리가 소홀하게 된다. 좋은방법은 한적한 화단에 화분 채 땅속 10cm정도 깊이로 묻어둔다. 2월중순에 굴취 하여 관리하면 다시 꽃을 피우게 된다.  

꽃말이 ‘보물주머니’ ‘비밀’ 이다. 꽃송이 마다 보물주머니로 가득하고 잎은 입술처럼 벌어져 있으나 긴 모양이니 비밀이 많다고 보였나 보다. 한 달만 있다가 홀연히 사라지니 비밀이 많다고 생각해서 인가. 새봄 숲속에 옹기종기 피어 보물을 가득담은 종달새 아가씨의 비밀 주머니 꽃이요 종달새 아가씨의 보물주머니 이렇게 기억 하면 좋겠다. 아지랑이와 종달새 아가씨를 만나러 나가보자.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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