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우리나무 찾기] 살구나무 3형제의 상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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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나무 찾기] 살구나무 3형제의 상큼함
  • 임효인 박사
  • 승인 2020.04.0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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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살구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온 나라가 전염병의 두려움으로 시간이 더디 흘러가는 듯 느껴지지만 어느덧 개울가에 버들강아지가 피어오르고 시골 담장에는 개나리, 산에는 진달래가 피는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 봄은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 산과 들을 수놓는 매우 화려한 계절이다. 꽃이 예쁘지만 정작 우리에겐 열매로 친숙한 나무가 바로 ‘살구나무’가 아닐까 싶다.

살구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살구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살구나무는 벚나무보다 한 주 정도 꽃이 일찍 피는 나무이다. 수원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부 옛 본관 건물 뒤로 살구꽃이 피는 것을 보고 왕벚나무 꽃이 일찍 핀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모습이 왕벚나무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벚나무보다 분홍빛이 더 짙고 모양도 다른 느낌이어서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바로 살구나무였다. 살구나무는 꽃이 피고 여름이 시작되면 꽃처럼 고운 자태의 보슬보슬한 연주황색의 열매가 달린다. 보기에도 예쁘고 탐스럽지만 열매를 반으로 쪼개 씨앗을 발라 과육을 맛보면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구나무의 열매가 무르익는 6월은 산림 연구를 위해 포지를 정돈하고 나무를 심는 이른 봄부터의 춘기사업이 끝나고 여름의 더위가 시작되는 즈음이라 살구나무의 상큼하고 달콤한 열매는 땀 흘리고 애쓴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고마운 선물이었다.

개살구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개살구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살구나무와 비슷하지만 나무껍질이 폭신폭신하게 발달하는 ‘개살구나무’가 있다. ‘개살구나무’는 경기도 이북 지역의 산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우리나무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개살구나무’는 살구나무와 형태적으로 매우 비슷하지만, 열매가 떫고 신 맛이 강해서 살구보다 못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만 보면 ‘살구나무’에 비해 못하다는 취급을 받았던 나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살구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오래전 우리나라에 들어온 나무인데 반해 ‘개살구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우리나무 중 하나이다. 개살구나무는 또한, 우리나라의 산을 지키며 이른 봄 다른 나무들이 움틀 무렵 화사한 분홍색 꽃으로 우리 강산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귀한 나무이다. 산 속에서 뿐만 아니라 도심 속 국립산림과학원의 본관 앞 제 4수목원 오솔길에서 만날 수 있는 개살구나무 역시 손으로 꾹 누르면 쑥 들어가는 폭신한 나무껍질이 인상적인 나무로 매년 화려한 분홍빛 꽃을 피워 홍릉숲에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고마운 나무 중 하나이다.

매실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매실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살구나무보다 훨씬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나무는 ‘매실나무’다. 매실나무 역시 살구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에게 꽃보다는 ‘매실’이라는 열매로 잘 알려진 나무이다. 푸른빛의 청매실로 만든 ‘매실청’은 각종 요리에 활용되고, 속이 메스껍고 더부룩할 때 소화제로 먹기도 하는 등 우리 생활에 친숙한 재료이다. 2월에 피는 매실나무는 간혹, 때 늦은 눈 속에서 피어나는 강인한 모습이 멋진 사진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뒤편 뜰에 있는 매실나무는 3월이 되면 하얗고 향긋한 꽃향기로 캠퍼스에 화사한 봄소식을 전해주곤 했다. 매실나무도 살구나무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원산지로 오래전 우리나라에 들여온 나무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우리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소중한 우리나무라 할 수 있다.

매실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매실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살구나무, 개살구나무, 매실나무 등 살구나무 3형제는 모두 이른 봄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이다. 그럼 이 나무들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먼저 살구나무 3형제는 언뜻 보면 벚나무 종류와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꽃이 보통 1개씩 달리기 때문에 2-3개씩 꽃이 무리지어 달리는 벚나무류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중 매실나무는 살구나무, 개살구나무에 비해 꽃이 보통 흰색이며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꽃이 피는 가지의 색깔도 녹색으로, 자줏빛을 띠는 살구나무나 개살구나무와는 차이가 있다. 살구나무, 개살구나무는 모두 꽃이 연분홍색인데, 둘의 차이는 꽃자루 길이에 있다. 살구나무는 꽃자루가 매우 짧아서 꽃자루가 1cm 정도인 개살구나무와 구분된다. 무엇보다 개살구나무의 나무껍질은 굴참나무처럼 코르크가 발달해서 손으로 꾹 누르면 폭신폭신한 느낌이 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살구나무, 개살구나무, 매실나무 등 봄을 향긋하게 물들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가 자라고 있다. 향긋하고 예쁜 꽃만큼 우리 식탁의 재료로, 초여름 상큼한 과일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소중한 나무들이다. 어느 때 보다 답답하고 힘겨운 올봄, 공원과 산에서 화사한 꽃망울을 피운 살구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우리 마음에 따뜻함과 상큼함을 전해주는 소중한 우리나무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기를 바라본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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