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긴급현장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긴급현장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고용위기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보호를 위해 각종 대응책을 내놓는 가운데, 노동계는 좀 더 급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코로나19, 중소기업·비정규직 타격 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사업체 종사자 수는 1848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만3000명(0.9%)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은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고용 유지 여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이 둔화됐다는 것. 

산업별로도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숙박 및 음식점업(△4.2%), 예술 및 스포츠서비스업(△2.0%), 사업시설관리·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0%) 등에서 고용이 위축됐다. 지역별로는 초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대구·경북과 경남이 각각 –0.2%를 기록했다. 사업체 종사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곳은 영남지방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감소가 비정규직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근로자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1%, 2.3% 증가했으나, 기타종사자는 –3.5% 감소했다. 기타종사자는 ▲일정한 급여 없이 봉사료 또는 판매실적에 따라 판매수수료만을 받는 자 ▲업무를 습득하기 위하여 급여 없이 일하는 자 등을 의미한다.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 기타종사자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직업이다. 

자료=고용노동부
자료=고용노동부

◇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대폭 확대”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 2월 자료에 바탕을 둔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누적된 3월 고용지표는 더욱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자 정부도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을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고, 지원비율도 휴업수당의 25%에서 90% 수준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근로자를 감원하지 않고, 휴업 등의 고용 유지 조치를 취할 경우 국가에서 임금(수당)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코로나19로 인해 단기적인 고용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는 노동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격흡수재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직군을 위한 대책도 제시됐다. 고용노동부는 1일,  총 2346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등 특별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업을 영세사업장 무급휴직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 등이 2개월간 월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지자체와 협력해 방역·택배지원 등 수요가 긴급한 부분에 단기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2월 1일~3월 31일 접수한 코로나19 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무급휴직 및 해고 관련 상담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총이 2월 1일~3월 31일 접수한 코로나19 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무급휴직 및 해고 관련 상담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노동계, “강력한 해고금지 조치 필요”

노동계는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책을 환영하면서도, 코로나19가 미증유의 사태인 만큼 더욱 급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고용유지지원금의 규모·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처럼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없거나 고용보험에 미가입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기존 지원책을 강화한다고 해서 제도의 사각지대까지 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에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휴업·휴직 등 고용유지조치 하루 전까지 계획서를 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하고, 수당을 먼저 지급한 뒤 지원금을 신청해야 한다. 당장의 경영 악화로 단기간을 버티기 힘든 사업체의 경우, 지원금을 기대하기 보다는 손쉬운 정리해고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5월부터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신청 건수가 급증할 경우 예정보다 지급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은 지난달 27일 기준 2만2360개로 지난해 연간 지원 사업장 수(1514개)의 15배에 달한다. 

노동계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것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 극복의 대전제는 ‘총 고용 유지’라며,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대량해고 시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해고제한법’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또한 정부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해고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민주노총이 지난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접수한 코로나 관련 상담 153건을 분석한 결과, 무급휴직(59건), 휴업수당문의(50건), 해고·권고사직(43건) 등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사정이 악화될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앞장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 해고를 막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최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각종 기업지원 정책 100조의 양적지원 등 모든 지원정책은 해고금지,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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