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1급 보안시설인 정부세종청사에서 세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10일 오전 방역당국이 해양수산부 사무실에 대해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정부세종청사에서 세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10일 오전 방역당국이 해양수산부 사무실에 대해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보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감염병 확산 억제’ 사이에서 균형 잡힌 방역대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26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2개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확진자의 동선을 비롯하여 질병의 확산 양상 및 대응 관련 정보를 세세하게 공개하는 과정에서 정보인권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긴급한 공공보건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프라이버시권이 일정 정도 제한될 수 있겠지만, 과도한 제한으로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확진자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제대로 된 근거나 기준 없이 지자체별로 경쟁적인 동선 공개가 이루어지면서 확진자 신상과 동선이 지나치게 세세히 노출돼 특정 확진자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과 추측, 혐오발언 등이 양산되고 있다”며 “확진자별로 구분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만을 묶어서 데이터화해 공개한다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특정 확진자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또한 확진자 동선 공개가 동선에 포함된 지역 상점이나 식당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개 목적을 시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확진자의 방문 장소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들이 그 장소를 방문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혹시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동선 공개의 목적과 함의를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해당 사업장이나 확진자에 대한 기피나 차별 등 부당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확진자의 성별, 성씨, 직업, 국적, 종교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 공개를 최소화할 것도 요구했다. 예를 들어, 확진자의 국적보다는 입국 전 방문한 국가가 더 중요할 수 있으며, 접촉자와의 혈연관계보다 함께 식사를 했는지 등이 더 중요하다. 특정 개인정보는 실제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들과 달리 중요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이들은 “정부와 언론은 확진자의 관계나 신원에 대한 관심보다는 감염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자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공개되는 개인정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선 파악을 위한 시스템이 일상적인 감시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실제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확진자 및 접촉자 동선 파악을 위해 카드사용기록, CCTV 영상기록을 비롯해 위치정보까지 수집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동선 파악 시스템에 대해 “정당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할지라도 적절한 감독 장치가 없다면 얼마든지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해당 시스템이 법률에서 허용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관리적·기술적 보호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 열람자 로그 등을 기록하여 시스템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 개인정보 감독기구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시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원칙을 밝히고 있다”며 ▲정보주체의 권리 제약 최소화 ▲개인정보 접근 권한 제한 등의 안전조치 마련 ▲위기 종료 후 수집된 개인정보 폐기 ▲정보주체에 대한 개인정보 관련 사항 고지 및 동의 절차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비상사태를 맞이한 지금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여전히 공백이 많은 상태”라며 “긴급한 공중보건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더라도, 정보주체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호되고 어떤 조건에서 제한되는지 개인정보 보호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률에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장의 감염병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취약함을 정확히 판단하고 향후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며 “급한 보건의료적 필요성에 대응하면서도 정보인권을 균형있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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