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미 항공우주국(NASA)
우한 봉쇄(1월 23일) 전후 중국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 변화. (왼쪽부터 1월 1~20일, 2월 10~25일) 자료=미 항공우주국(NASA)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게도 단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바로 ‘환경’이다. 전 세계의 경제가 멈춰서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인구 이동이 제약되고 오염물질이 줄어들면서 환경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

특히, 전 세계 항공교통이 멈춰서고 공장 가동률이 급락하면서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우한 봉쇄 시점인 1월 23일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달라졌다. ESA가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통해 구성한 NO2 지도를 살펴보면, 중국 내 주요 산업지역을 뒤덮고 있던 NO2가 대폭 감소한 것이 확인된다. 

NO2는 공장이나 배기가스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화학적 반응으로 생성되며, 산성비나 오존주의보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물질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우한 봉쇄라는 극단적인 방역대책을 시행하자 대기 중 NO2 농도가 급감했다는 것은, 인간의 활동이 멈추자마자 심각했던 대기 상태가 곧바로 정상화됐음을 의미한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강력한 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주요 대도시에서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데카르트랩’이 분석해 NYT를 통해 공개한 대기 질 지도를 보면, 언급된 대도시에서 대기 중 NO2 농도가 상당히 감소한 것이 확인된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멈추면서 교통량이 극단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 4개 도시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자료=G-Feed
중국 4개 도시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굵은 빨간선은 2016~2019년 평균치를 뜻하며, 파란선은 2020년 1~2월 7일간 측정한 평균치를 의미한다.자료=G-Feed

스탠포드대 지구시스템과학부의 마셜 버크 교수는 지난 8일 국제과학자 단체 ‘G-Feed’에 “코로나19가 경제활동을 줄이고 오염물질을 감소시켜 생명을 구하고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버크 교수는 미 정부에서 수집한 중국 내 4개 대도시(베이징, 상하이, 청두, 광저우)의 초미세먼지 자료를 분석해 실질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대기 질 개선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렸는지를 계산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7일간 측정한 PM2.5는 2016~2019년 평균치보다 15~17μg/m3 가량 감소했는데, 버크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5세 이하의 아동 4000명과 70세 이상 노인 7만3000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버크 교수는 기존 연구보다 대기 질 개선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수적으로 적용해도, 최소 1400명의 아동과 5만1700명의 노인의 목숨이 구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단순 예측으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 수치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강제적으로 경제활동이 일시 중단된 상황에서, 환경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무거움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수치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더라도, 사태가 종식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오히려 환경오염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리 슈오 그린피스 극동아시아 상임 고문은 1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위협이 사라지게 되면, 중국은 이미 무역갈등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중공업 분야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면, 하반기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자연이 준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영국 매체 가디언을 통해 “자연은 이 모든 사태를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인간이 자연에 너무 큰 피해를 입하고 있다. 지구를 돌보지 않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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